스티브 아이스먼, 홍콩사태 ‘블랙스완’ 점쳐
이달 들어 홍콩H지수 1만선 두 차례나 붕괴

홍콩 시위 현장 모습.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홍콩 시위 현장 모습.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홍콩 시위가 연일 격화하며 홍콩 주가지수에 투자한 주가연계증권(ELS)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6일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홍콩사태 관련 동향을 점검하는 내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영업 현황과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 국내 투자자들의 증권(ELS) 투자액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국내 투자자들도 ‘홍콩 리스크’에서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홍콩의 주가지수와 연동한 ELS상품의 손실 가능성이 커서다. 

홍콩 지수 연계 ELS는 홍콩H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상품으로, 홍콩H지수는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H주) 중 40개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말한다. 

실제 홍콩H지수는 홍콩 시위가 장기화·격화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홍콩H지수 1만선이 지난 8일(종가 9832포인트)과 13일(9846포인트) 두 차례나 붕괴됐다. 

문제는 홍콩H지수 연계 ELS가 올해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ELS 상품이라는 점이다. 예탁결제원 통계상 올 상반기 발행된 ELS(47조6585억원) 중 67%(32조1869억원)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넣었다.

홍콩H지수 하락시 해당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담은 ELS 상품에 녹인(knock-in)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녹인은 ELS 투자 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평가 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베리어(기준점) 미만으로 하락한 뒤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수 하락률만큼 원금을 잃는다. 

통상 ELS 발행시점 지수에서 40~50% 하락하면 녹인이 발생하고, 이 경우 만기까지 발행 당시 지수의 80%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난다.

이에 홍콩 H지수 연계 ELS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홍콩 ELS에서 대규모 녹인이 나 대형 손실이 난 사례가 있어서다. 

실제 홍콩 ELS의 원금손실 사태는 지난 2015년~2016년에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홍콩 H지수가 2015년 5월 1만4962포인트에서 2016년 1월 7823포인트로 급락하며 국내에서 발행된 ELS들의 대규모 녹인이 발생했다. 

홍콩시위가 국제 경제의 ‘블랙스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스티브 아이즈먼은 홍콩 사태를 ‘블랙스완’으로 꼽은 바 있다.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이란 사태에 이어 홍콩 시위가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했다”며 “만일 사태 악화로 중국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선다면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 사태 악화 시 중국 경제는 물론 아시아 전체 경제의 커다란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고 아시아 통화의 환율 불안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지수 연계 ELS 상품의 원금손실 우려는 현재까지는 기우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H지수 급락은 녹인 구간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H지수의 평균 밴드는 1만1200~1만1750포인트 수준으로 해당 기초 자산의 ELS 손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대략 7500포인트 이하로 하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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