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취급 생보사 14개→9개
계속보험료 수입·정부 눈치에 고심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황 악화가 순익 감소로 이어지자 보험영업 손실의 주범인 실손보험부터 팔지 말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실손보험 판매중단을 결정한 생보사는 DB생명, KB생명, DGB생명,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 총 5곳이다. 

지난 2017년 일명 ‘착한 실손보험(신 실손보험)’ 출시 당시 14개 생보사에서 실손보험을 취급했지만 이제 9곳만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를 접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기존에 판매했던 단체실손보험의 개인실손보험 전환 상품만 남겨둔 상황이다.

생보사들이 실손보험을 포기하고 나선 건 손해율 때문이다. 손해율이란 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을 뜻한다. 이 비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는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9개 생보사의 실손 손해율은 일제히 100%를 웃돌았다. NH농협생명(129.3%), 동양생명(123.0%), 신한생명(121.9%) 등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3년간 손해율을 살펴봐도 이들 생보사는 단 한번도 10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이란 이야기다.

정부의 가격통제로 보험료를 쉽게 올리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보험은 받은 보험료와 나간 보험금이 일치해야 하는 상품인데 실손보험은 늘 나간 보험금이 많았다. 손해를 뻔히 보면서도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생보사들도 실손보험 판매중단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최근 각종 제도개편 영향으로 수입보험료(매출) 및 당기순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실손보험이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판매중단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34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약 20%는 생보사를 통해 가입됐다. 

이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구축한 비용이나, 향후 발생할 보험금 청구를 감당하려면 새로운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필요하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사에게 실손보험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과 같다. 팔수록 손해지만 소비자와의 접점 역할을 하는 상품”이라며 “그러나 생보사 업황이 점차 악화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뻔히 손해가 나는 상품을 당국 눈치 때문에 계속 팔아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