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이봉기 IT기획부 과장

IBK기업은행이 모바일방송국 '딩고'를 통해 공개한 IBK피싱스톱 홍보영상 '우리 엄마가 위험하다!!!  엄마를 지켜라 엄마를 지켜라' 캡쳐.
IBK기업은행이 모바일방송국 '딩고'를 통해 공개한 IBK피싱스톱 홍보영상 '우리 엄마가 위험하다!!! 엄마를 지켜라' 캡쳐.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전화를 이용해 상대방을 속여 돈을 빼내는 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의 예방 캠페인 진행, 관련 법률 지정 등 다양한 근절 노력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06년 5월 국세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처음 발생한 이래 각종 제도 도입으로 감소하던 보이스피싱은 범행 수법 고도화로 최근 5년간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전년(2431억원) 대비 무려 82.7% 증가한 4440억원을 기록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보이스피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구원투수를 자처, 다양한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손잡고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선봉대에 선 IBK기업은행의 ‘피싱스톱’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대한금융신문은 지난 20일 경기 용인 수지구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IT센터에서 피싱스톱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한 IBK기업은행 이봉기 IT기획부 과장과 만나 피싱스톱이 구축한 기술력과 향후 발전 방향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피싱스톱은 IBK기업은행 내 자발적 학습조직(CoP, Community of Practice) 활동에서 직원들이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개발된 앱이다.

앱 설치 후 기능이 켜지게끔 동의하면 주소록에 저장돼있지 않은 번호로 온 전화의 통화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되고 기업은행에 전달, 실시간 분석이 이뤄진다. 분석 결과 보이스피싱 사기 확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경우 경고 음성 또는 진동으로 안내된다.

이 과장은 “피싱스톱은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걸려온 전화가 자동 녹음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후, 보이스피싱 사례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이스피싱 확률을 실시간으로 뽑아낸다. 단순한 텍스트 대조 판단이 아닌 딥러닝 기술로 전체적인 문맥을 읽고 의도를 파악해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과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 업무협약(MOU)를 맺었다”며 “금감원 홈페이지 내에 보이스피싱을 경험한 사람들이 해당 내용을 제보하는 ‘보이스피싱 지킴이’에 올려진 사례를 전달받고 있으며 현재 약 8400건을 수집했다”고 말했다.

피싱스톱은 지난 3월 18일부터 8월 7일까지 약 5개월 간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8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운영 동안 총 7만4000여 건의 통화를 분석했으며 총 339건의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탐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8년 기준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이 91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30억8000만원의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9일 기준 피싱스톱 설치자는 1만7286명이다. 정식 오픈한 피싱스톱이 보이스피싱 예방과 경각심 제고에 더욱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국민앱’으로의 활성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KT 그룹사인 후후앤컴퍼니의 스팸차단 앱 ‘후후’와 피싱스톱 연계를 협의 중이다.

이 과장은 “조만간 후후에 피싱스톱이 탑재될 예정이다. 주소록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가 걸려오면 후후를 통해 스팸 신고 여부를 1차로 판단하고, 추가 보안책으로 피싱스톱이 기동하는 체재다. 600만명의 유효고객을 보유한 후후와 제휴를 통해 피싱스톱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싱스톱 기동 원천인 통화녹음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안드로이드 9.0이상 운영체제의 휴대전화 기종에 대한 대응책도 강구 중이다.

이 과장은 “운영체제, 휴대폰 제조업체와 관계없이 피싱스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 휴대폰 제조업계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첨단 통신 기술과 결합하는 등 일정 수준의 기술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지능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능가하기 위한 피싱스톱 기능 고도화도 병행되고 있다.

이 과장은 “금감원으로부터 공유받는 보이스피싱 사례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오면 즉각 업데이트 한다”며 “텍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보이스피싱 확률을 판단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으며 성문(聲紋)을 분석하는 해외사례도 참고 중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싱스톱 간 ‘창과 방패’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과장은 피싱스톱의 유의미한 성장을 위한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요구했다.

이 과장은 “피싱스톱이 봉착한 난제는 보이스피싱 확률 결과에 대한 검증”이라며 “보이스피싱 경고 알림이 확률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정확도 향상을 위해 시범운영기간 동안 이용객 설문조사 형식으로 서비스 결과 피드백을 시도했으나 유효한 답변을 얻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사기 유형이 늘어나면서 의외로 젊은층들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본인 포함 부모님 등 어르신 휴대전화에 피싱스톱을 생활화 하고 보이스피싱 발생 시 피드백을 제공, 데이터가 쌓인다면 향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피싱스톱의 성장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그때마다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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