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業 전자어음, 플랫폼 통해 일반투자자 자금모집
비재무데이터에 AI 얹어 기업 신용평가 및 금융지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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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그간 혁신이 전무했던 국내 기업금융 시장에도 핀테크 주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금융은 개인금융과 비교했을 때, 인적 업무의 대체가 어려워 기술 기반인 핀테크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신용평가 기업의 P2P금융 진출, 기술 기업의 신용평가(CB)업 진출 등으로 기업금융 분야에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나이스(NICE)그룹은 나이스비즈니스플랫폼을 통해 기업 P2P금융 플랫폼 'NICEabc' 서비스를 지난 26일 시작했다. NICEabc는 기업이 거래대금으로 받은 전자어음이 은행권에서 할인이 어려울 때, 온라인에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해 자금을 모집 받는 P2P금융 플랫폼이다.

연간 국내 전자어음 발행 규모는 약 550조원인데 비해 할인 규모는 약 20조원에 불과해 많은 중소기업이 실질적 할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나이스그룹의 설명이다. 일반 투자자와 기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업평가모형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반대로 기술기업이 기업 신용평가 사업에 뛰어들며 기업금융 혁신을 꾀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초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후 기업금융에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규제 특례를 인정받은 혁신 서비스가 4건 등장했다. 주로 비금융 데이터를 수집해 기업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5월 중소기업의 세무·회계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은 바 있다. 금융기관들은 외부감사를 받은 재무제표에 의존해 신용평가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결제 신뢰도, 거래처 이탈 여부 등 비외감 재무제표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정확한 평가가 힘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더존비즈온은 비금융회사도 기업 신용정보 제공 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받아, 실시간 세무·회계 빅데이터를 활용해 구매기업과 판매기업의 상거래위험과 신용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핀테크 기업 지속가능발전소도 지난 6월 같은 내용의 규제를 면제받아 공공데이터와 뉴스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비재무 정보를 AI 알고리즘으로 수집·분석해 기업의 부도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 박희원 연구원은 “기존 CB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신용평가 서비스의 출현으로 금융권의 기업 데이터 활용 및 대출 심사 역량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금융회사는 서비스 동향을 주시하고 우량정보 선점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해외의 경우 아마존, 페이팔 등 유통·지급결제 관련 비금융 기업들이 자체 보유한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전통 금융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기업대출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거래기업 중 일부 기업을 선정해 지난 2018년 말 누적 기준으로 50억달러 이상의 아마존 렌딩을 제공하고 있다. 금액, 기간, 금리 등 대출조건은 판매이력, 판매 제품군, 소비자의 구매 피드백, 배송조건 등 아마존이 보유한 고객 기업에 대한 정보에 기반해 책정한다.

페이팔은 인터넷은행인 웹뱅크와 제휴해 자사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개인 및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페이팔 ‘워킹 캐피탈’이라는 기업대출을 제공 중이다. 실제 대출심사 및 실행은 웹뱅크가 담당하지만, 대출자의 외부 신용도나 신용이력을 고려하지 않고 전적으로 페이팔이 보유한 데이터에 기반해 평가한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 아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정보기술(IT)기업들이 개인 및 기업대출 시장에 적극 진출 중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 김동우 연구원은 "은행과 같은 기존 전통 금융회사를 위협하기에 역부족이었던 신생기업들과 달리 자금력과 규제, 고객기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로 기업대출 시장에서도 핀테크 주도의 변화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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