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인 업무장벽 해소 위해 비대면 거래 허용 논의中
해외보다 관련 서비스 수준 낮아…“실질적 개선 필요”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은행 이용자 중 치매(인지증) 환자 수가 늘기 시작하자 은행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지난 2010년 47만명에서 2016년 68만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5만명을 기록, 치매 유병률도 10.2%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노인 인구 100명당 10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 될 경우 치매 환자가 2024년 100만명, 2041년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인구대비 치매 환자 수 증가가 사회 전반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금융권 역시 이를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기억력과 판단 능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 고객은 금융서비스 이용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증상이 급작스럽게 심각해져 금융업무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태가 됐으나, 법률상 권한을 가지는 성년후견인을 두지 않았을 경우 예금인출 등의 법률행위 진행 절차가 매우 번거로워 고객의 금융자산이 금융사에 묶여 사실상 동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은행권에선 최근 치매 고객 대응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치매 대비를 위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치매안심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치매 발병 시 후견인에게 정기자금을 지급하는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을 판매한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치매 안심 성년후견 지원신탁’을, 신한은행은 ‘후견제도 지원신탁’을 취급 중이며 후견제도 활성화를 위한 은행과 대형 법무법인 간 업무협약 체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은 성년후견인의 비대면 은행거래 허용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성년후견인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자산관리인데, ‘본인 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금융권 규정상 성년후견인이 금융업무를 대리하려면 소액 입금 등 단순 거래일지라도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은행권은 금융감독원, 서울가정법원과 함께 지난해 5월 ‘후견 협의회’를 구성하고 성년후견인의 은행 비대면 거래 허용 방안 마련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국내 은행권의 치매 환자 고객 대응책은 아직 해외 은행권보다 현저히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금융권 오픈 API 뱅킹을 활용한 ‘고령자 지킴이 앱’ 서비스를 전 은행권에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족)에게 예금 등 금융정보를 이전하고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의 치매 환자 고객이 경험하는 ‘도둑망상’과 같은 예금도난의 오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영국계 대형은행인 HSBC는 160명의 치매 전문 담당 직원을 지점에 배치해 비밀번호 분실이나 금액 재인출 등 일부 치매를 겪는 고객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치매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때 후견인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금융거래가 많은데도 불구 이를 정확히 모르거나, 치매 발생 대비를 위한 임의후견인 선정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사례처럼 단순한 치매 대비 상품 마련에 그치지 않고, 치매 환자 고객 본인 또는 후견인들의 금융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 개선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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