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지난해 금융권을 들썩이게 했던 ‘국책은행 본점 지방 이전’이 최근 들어 다시 화제다.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국책은행 본점을 자신이 속한 지역구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 어필하기 시작하면서다.

지난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균형발전 방안 중 하나로 122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불거진 국책은행 본점 이전 이슈는 정부 부처와 논의할 일이 잦은 국책은행 특성상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업계의 강한 반발에 제동이 걸렸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올해 초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전라북도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국책은행 본점 이전이 덩달아 수면 위로 올랐다.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쟁점에 맞춰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전북 전주 갑)은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전북으로 옮기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에 질세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연제구)은 산은과 수은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대구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IBK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전북의 지역 여건이 성숙하지 못하다는 점을 이유로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유보했으나 국책은행 본점 이전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명하지 않았고, 정치권은 해당 이슈로 여전히 투닥거리고 있다.

문제는 의원들의 주장에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책은행 본점 이전에 내세우는 명분은, 금융권과 학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수도권과 지역의 양극화 현상 해소’뿐이다.

산은 노조는 지난 3월 금융경제연구소에 본점 지방 이전 반대 논리를 뒷받침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150곳 분석결과 가족동반 이주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원들의 정주여건 만족도 역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기대효과 중 하나인 지역인재 채용 증가 역시 불확실한 그림이다.

혁신도시별 지역인재 채용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전체 약 12~14% 수준이다. 특히 세종 지역에는 가장 많은 공공기관(19개)이 이전했음에도 불구 지난 2017년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4.6%에 그쳤다.

국책은행 본점 지방 이전은 오히려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더욱 추락시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국책은행의 효율적인 정책금융 역할에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 효과와 글로벌금융 사업, 남북한 경협 문제까지 고려할 때 서울에 위치해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빼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구체적이고 명확한 수치에 근거한 비효율성 진단에도 의원들은 전문성 없는 지역균형발전 안대로 눈을 가린다. 이들의 국책은행 본점 이전 주장에 ‘의정 활동’이 아닌 ‘유치(誘致) 싸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선거 시즌, 이슈 몰이에 치중한 정치 인사들의 불합리한 판단에 애꿎은 국책은행만 속앓이다. 의원들의 치적 쌓기를 위한 추상적인 금융 인프라 확대 계획이 아닌, 금융기관의 원활한 기능 수행을 위해 고민하는 근본적인 대화가 오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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