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손실 14조 ‘근래 최대’
실손·자동차 손해율 폭증
저금리에 투자이익도 악화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들이 보험료로 제값을 받지 못하자 드디어 탈이 났다. 올 상반기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손실만 14조원에 달한다. 덕분에 반기순익은 최근 5년 중 최악의 성적을 맞았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반기순이익은 2조1238억원, 1조485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각각 1조204억원(32.4%), 6219억원(29.5%) 급락했다. 

전년보다 무려 1조7000억원 가량이 빠졌다. 순익 감소는 막대한 보험영업손실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올 상반기 생명·손해보험사에서 발생한 보험영업손실은 14조845억원으로 근래 최고 수준을 보였다.

최근 5년간 보험영업손실 추이를 살펴봐도 △2015년 상반기 10조9862억원 △2016년 상반기 11조706억원 △2017년 상반기 10조4153억원 △2018년 상반기 12조4852억원 등 꾸준히 늘고 있다.

■보험료 옥죈 금융당국

보험영업손실을 보험료를 제 때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보험업계 중론이다. 특히 손보사의 경우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가 극심해져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 상반기 13개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6%까지 치솟았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고 보험금을 130원 줬다는 뜻이다. 

비급여 진료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지급이 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실손보험료는 연간 최대 25% 이상 올리지 못한다. ‘문재인 케어’가 약 8%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다며 그마저도 보험료 인상을 제한하자 손해가 폭증했다.

최근 2년간 121.8%, 123.2%의 손해율을 기록하고도 지난해에는 실손보험료조차 올리지 못했다. 문재인케어로 인한 보험료 인하 효과가 나오기 전까진 보험료를 올리지 말라는 정부의 당부 때문이었다.

자동차보험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자동차보험의 올 상반기 누적 손해율은 최고 85~103%에 이른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사업비까지 더하면 적자는 더욱 불어난다. 

자동차보험은 연내 이미 두 차례의 보험료 인상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비수가 및 최저임금 인상, 표준약관 개정을 통한 가동연한(취업가능연한) 상향 등을 반영한 결과다.

즉, 아직까지 보험영업 본연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 거다. 손보사들은 세 번째 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보험은 소비자 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당국의 가격 개입이 크다는 이유다. 

■투자영업익마저도 하락세

문제는 그간 보험영업손실을 메워주던 투자영업이익까지 줄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본 적은 없고, 투자로 발생한 이익으로 영업손실을 메워왔다. 

올 상반기 생명·손해보험사들의 투자영업이익은 16조6175억원으로 전년동기(17조276억원) 대비 4101억원(2.4%) 줄어들었다. 그나마 투자영업이익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보험사들이 주식이나 부동산들을 팔아치우는 영향이 크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사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기준금리는 한차례 더 낮아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는 자산의 60% 이상을 안정적인 채권으로 운영하는 만큼 금리가 낮아질수록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생보사는 기존에 고금리를 약속하고 팔았던 저축성보험 상품의 이차 역마진 문제도 심각하다. 보험료를 받아 아무리 굴려도 당시 약속했던 이자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 평균은 3.4%로 전년동기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의 원리인 수지상등의 원칙마저 무너지고 있다. 가입자에게 제값을 받고 그에 상응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보험료만 올리지 못한다”며 “즉시연금, 암보험금 등 최근 보험금 지급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건 금융당국의 과도한 가격개입이 시장을 변형시키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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