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협 연구 결과 “상용화 필요하다”  
재정비용 걸림돌…카드사 논의 단계

카드업계가 국내전용 IC칩 신용카드 표준규격을 도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약 10년 전 개발됐으나 당시 상용화되지 못해 고배를 든 ‘국내전용 IC칩 신용카드 표준규격(KLSC)’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이뤄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국내전용 IC칩 신용카드 표준규격(KLSC·Korea Local Smart Card) 관련 연구 결과 ‘상용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전담 부서에서 이를 추진 중이다.

KLSC 상용화를 위해서는 개발한지 10년이 경과한 만큼 국제 상호호환성 표준인 유로페이·마스타·비자(EMV)의 최신 규정에 맞도록 재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카드사와 밴(VAN)사, 단말기 칩 제조사에서 필요한 제반사항 등 각종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카드사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진 터라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모습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KLSC 재도입과 관련해 카드사들과 협의 중”이라며 “국내전용 IC칩 신용카드를 기준화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보니 검토해야 할 것도 많고 섣불리 재정비 여부, 도입 시기 등을 확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여신협회는 지난 2009년 2년여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국내전용카드 시장 환경에 적합한 IC칩 신용카드 독자 규격을 선보였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MS결제(마그네틱 방식)가 주를 이뤘고 IC단말기가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프라 한계에 부딪히면서 빠르게 도태됐다.

이후 2014년 대규모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고를 계기로 이듬해 IC단말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 했으나 추가 정비작업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수년간 방치돼왔다.

결국 여신협회가 동력을 잃고 묵혀 있던 KLSC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면서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은 국제 브랜드사의 표준규격 준용에 적잖은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태다. EMV 규격 이용 시 건당 1억원가량의 인증 비용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로열티에 대한 우려가 잔존해서다. 더군다나 빠르게 변화하는 카드산업 환경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KLSC가 상용화될 시 가장 큰 장점으로 국내 특성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보안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국제 규격 브랜드와 동일하되 우리나라의 정책적인 기준에 맞게 조정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카드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국제 규격을 따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7년 혹은 3년 등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될 시 이를 변형할 수 있다.

여신협회 측은 KLSC 표준규격 제정 당시 “국내 카드사들이 카드 발급 시 대부분 국내외 겸용으로 발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해소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며 “해외 사용 비중이 낮은 국내외 겸용카드 발급을 축소하고 국내전용 카드 발급을 장려하기 위해 독자적인 KLSC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카드사들도 KLSC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향후 KLSC 상용화로 국내 특성에 따른 정책이 적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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