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자본잠식’ 카카오페이 ‘김범수 리스크’ 발목
연내 등장 기대감 ‘시들’…내년 이후 결과 나올 듯

이승건 토스 대표(왼쪽)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각사 제공)
이승건 토스 대표(왼쪽)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각사 제공)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연내 증권업 진출을 예고한 카카오페이, 토스 두 핀테크 기업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토스의 경우 자본적정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증권업 진출 철회를 고민 중이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대주주 심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두 기업은 연내 증권업 진출 여부가 결론 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대주주 요건 충족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과는 불투명해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최대주주 요건 중 자본 적정성을 충족하지 못하며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증권업 진출 계획 철회를 검토 중이다.

토스는 토스증권 설립을 위해 지난 5월 말 금융당국에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신청한 업무 단위는 투자중개업으로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아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을 사고파는 업무다.

증권업 진출 계획을 철수하려는 것은 심사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토스 자본금 중 꾼 돈을 뜻하는 ‘차입금’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심사과정에서 토스 측에 자본구성 내역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의 자본금 대부분이 사실상 부채에 해당하는 상환우선주(RCPS)로 구성돼 있어 사업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토스는 같은 이유로 인터넷전문은행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토스는 그동안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왔는데, 이 비중이 지난 2018년 말 기준 자본금 128억원 중 75%(96억원)에 이른다. 나머지 25%(32억원)는 보통주다.

상환우선주 방식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의 보편적인 자금조달 방식이지만, 지난 2011년부터 상장기업에 의무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상에선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금융업 진출에 있어선 문제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토스 측은 연내 인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내부 조직 정비와 증권 부문 경력직 채용을 진행해왔다. 이미 30여명의 증권업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물밑작업을 해왔다는 게 토스 측 설명이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디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에서 불가능한 안들을 제시하고 있어 증권업은 내부적으로 중단을 검토 중"이라며 “정해진 요건을 못 지켜 문제가 되는 거라면 당연히 보완하겠지만 정해지지 않은 규정과 조건을 말하기 때문에 대응이 어렵다”라며 감독당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카카오페이도 연내 움직임을 보이기 힘든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후 올해 4월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4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안 심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심 재판 결과를 보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증권업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반드시 최대주주 1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해당 1인이 경제 관련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한다.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의 재판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의장 관련 2심 재판은 오는 25일 첫 공판기일로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진행된 1심과 동일하게 무죄 판결이 나오면 인수 절차도 원활히 진행되겠지만,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엔 카카오가 대법원에 상고(2심 판결에 대한 불복신청)해 심사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에선 1심에서 김 의장이 무죄 판결을 받아 대주주 승인 시점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지만, 결론은 내년에나 내려지게 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업 진출은 전자금융업자일 때와는 전혀 다른 위치로 올라가는 것으로 자본 안정성 등 '신뢰'가 우선이 돼야 한다. 올해 중순부터 진출을 예고했지만, 연내 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울러 토스의 경우 먼저 자본잠식 상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심사 과정에서 이런 식의 언론 플레이는 좋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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