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백테크놀로지스 김승종 대표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방치된 변액보험 펀드를 로봇이 대신 관리해준다면 어떨까. 

변액보험 가입자들의 불만은 초기 투자 원금(납입한 보험료) 대비 저조한 수익률이다. 사업비를 가입 초기 집중적으로 차감해 보험료를 온전히 투자할 수 없다.

통상 1만원의 보험료를 낸다면 1200원은 사업비로 차감, 8800원이 펀드에 투자된다. 이조차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험사들은 원금 보장을 위해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의 의무투입비중을 높여놓거나, 원금보증에 대한 비용을 따로 받는다.

예를 들어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의 의무투입비중이 70%라면 8800원에서 나머지 30%인 2600원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해야 한다. 즉, 단기적 관점의 투자가 어렵다. 시장상황에 따라 수시로 펀드를 바꿔야 장기간 안정적 수익률을 낼 수 있는데 실제 변액보험 가입자의 펀드변경률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명가 쿼터백테크놀로지스가 변액보험에 주목한 이유다. 대한금융신문은 지난 18일 여의도 위워크(WeWork) 사무실에서 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를 만났다.

김 대표는 “보험 판매자에게 가입자의 변액보험 투자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투자관리 플랫폼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변액보험 자산관리에 대한 재무적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쿼터백테크놀로지스는 지난 2014년 국내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처음 도입한 회사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자산가들에게만 제공되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일반 소비자로 낮추는 계기가 됐다.

쿼터백테크놀로지스가 고안한 변액보험 투자관리 플랫폼은 일종의 ‘금융 집사’다. 보험사가 운영하는 설계사 지원 애플리케이션에 이 플랫폼을 삽입하면 설계사는 쿼터백테크놀로지스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안내받고, 이를 고객에게 조언해줄 수 있다.

플랫폼에서는 가입자의 위험성향을 판단해 투자전략을 짜고 변액보험 펀드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추천한다. 설계사는 개별 가입자의 목표나 금액에 맞는 재무 설계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변액보험 판매자와 가입자를 보조하는 개념이다. 판매자가 경험이나 느낌이 아닌 시장의 방향과 머신러닝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의 판단 등을 보고 고객과 투자의 방향성을 정하라는 것”이라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개인별 금융어드바이저들이 고객의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무리한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이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는 이미 시장에 검증이 돼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8월, 로보어드바이저가 제안한 포트폴리오대로 투자한 투자자들은 비교적 안정적 성과를 냈다.

알고리즘 기반의 분산투자 원칙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다. 형제 회사인 쿼터백자산운용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선진국 및 신흥국의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했고, 시장의 변동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정해 변동성이 큰 장세에 대응할 수 있었다.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만이 가능했던 분산투자 기법을 로봇이 대신해준 거다.

ETF포트폴리오가 아닌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에 사용되는 펀드오브펀드를 활용한 쿼터백테크놀로지스의 테스트베드 수익률도 주요 지표를 크게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쿼터백테크놀로지스의 올해 1~9월 누적 공모펀드 포트폴리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저위험에서 최소 4.4%, 고위험에서 최대 14.8%의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인덱스 수익률은 각각 1.5%, -4.5%였다.

김 대표는 “보험은 직장을 잃거나, 큰 사고가 났을 때의 경제적 손실을 지켜주는 역할이다. 이에 변액보험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켜야할 자산”이라며 “핀테크 측면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들의 장기 전략을 개인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변액보험뿐만 아니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며 “지금은 판매 이후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관리해줄 채널이 부재한 실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가장 독립적인 입장에서 가입자들에게 투자 안내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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