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실행 한도 낮고 연체 리스크 높아 기대수익↓
제2금융·신규 플레이어에 넘기고 주 고객군에 집중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저신용 고객들이 많은 상품 특성상 기대 수익률이 낮은 탓이다.(사진=연합)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저신용 고객들이 많은 상품 특성상 기대 수익률이 낮은 탓이다.(사진=연합)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시중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유명무실한 존재로 돌아서고 있다. 은행이 가져야 할 ‘포용적 금융’ 역할 중 하나가 중금리대출 판매라며 적극적으로 나섰던 과거 기세는 사그라들고, 수익성 낮은 상품으로만 인식해 관련 역량을 약화한 탓이다.

27일 은행연합회 은행 신용대출상품 금리구간별 취급비중 공시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한 달 기준 평균 중금리(연 6~10%) 일반신용대출 취급 비중은 6.6%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취급 비중(12.94%)에 비해 반토막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은행들은 지난해만 해도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일부 중금리대출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고 모바일전용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중금리대출에 능동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중‧저신용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 특성상 낮은 수익성 때문인지 실적 상승을 지속하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대출 상품과 영업방식은 1~4등급의 고신용 고객에게 집중돼 있다 보니 은행에서 중금리대출을 진행하려면 대상자 선정부터 신용평가까지 한층 더 고도화된 역량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연체 리스크는 일반 대출보다 높아 수익성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포용적 금융의 일환인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은행 방문자 중 대출실행이 불가피할 경우 중금리상품에 특화된 제2금융권에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이 발을 뺀 중금리대출 시장의 빈자리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취지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과 P2P(개인간거래) 금융업체, 핀테크 플랫폼 업체 등이 채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매년 1조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혀왔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공급한 중금리대출 총액은 5천737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은행권 중금리대출 공급액의 약 63% 수준이다.

모바일지갑 플랫폼 ‘시럽 월렛’을 운영하는 SK플래닛도 중금리대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SK플래닛은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안신용평가모델 ‘커머스 스코어’ 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23일 나이스평가정보와 서비스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커머스 스코어는 은행, 카드사 등에서 제공하는 금융정보 중심 전통적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11번가 구매정보, 결제정보와 OK캐쉬백 포인트 적립, 사용정보 등을 바탕으로 NICE평가정보에서 산정한 대안신용평가 체계다.

SK플래닛은 10월 중으로 커머스 스코어 보유 고객 대상 중 기존 신용등급으로 받을 수 있는 수준보다 최대 3%까지 금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금리대출 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한때 중금리대출 시장을 은행권과 제2금융권 사이에 비어있는 대출 사각지대로 보고, 다양한 신상품을 선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주 고객층이 중·저신용 고객들이 주 고객층이다 보니 대출 실행 한도 자체가 낮아 기대 수익 파이가 크지 않은데다 연체율까지 높아 제2금융으로 고객들을 연계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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