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고유의 단맛 내며 차별화, 건강한 이미지로 승부수
가양주 배워서 양조 나선 신생 양조장도 급증하는 추세

9월 25, 26일 양일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위드미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한 한강주조의 부스에서 시민들이 막걸리 시음을 하고 있다. 한강주조는 서울쌀로 술을 빚는 서울 유일의 양조장이다.
9월 25, 26일 양일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위드미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한 한강주조의 부스에서 시민들이 막걸리 시음을 하고 있다. 한강주조는 서울쌀로 술을 빚는 서울 유일의 양조장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크래프트 막걸리가 약진하고 있다. 맥주의 오타가 아니다. 공장에서 대량 주조하는 대도시 막걸리가 아니라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그랬듯 손으로 빚은 수제막걸리를 출시한 양조장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통주 방식의 가양주를 상품으로 기획해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신생양조장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전통주 시장의 대표 트렌드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지난주 서울광장에선 국내 처음으로 크래프트 막걸리 시음회가 개최됐다. 기존 막걸리에 입혀진 고정관념과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고,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만 만들어지는 수제막걸리가 막걸리의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면서 과거 전통주의 명예를 점차 회복하고 있는 듯하다. 

수제막걸리의 특징은 단맛을 내기 위해 곡물 이외의 감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쌀 고유의 단맛과 허브 향 등을 지닌다. 여기에 패키징과 디자인도 젊은 계층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옛것’ 이미지를 벗어던지면서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까지 갖게 됐다. 

이 같은 막걸리의 변신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의 장소, 광장이 술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서울의 대표적인 광장인 서울광장이 말이다. 그동안 일부 농산물 관련 행사가 있을 때 행사장 일부에 전통주 등의 막걸리가 전시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많은 부스에 전국의 양조장이 자신들의 막걸리 및 전통주를 가지고 나온 적은 드물다. 술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 성격 때문에 공공성을 헤칠 수 있어 기피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주 방식의 수제막걸리가 많아지면서 술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마시면 취하는 알코올음료로 보던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오랜 역사가 담겨져 있는 문화상품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광장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와 농협중앙회가 공동주최한 위드미페스티벌. 쌀로 만드는 2차 상품들을 전시하면서 서울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5, 26일 양일간 진행됐다. 이 행사 중 하나가 수제막걸리 시음회. 전국의 양조장 12곳을 선별해 전통주를 집중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밖에도 서울 지역의 신생양조장 들에게도 별도의 공간을 줘서 자신들의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와 농협중앙회 공동주최로 진행된 위드미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수제막걸리 시음회가 개최됐다. 사진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만을 사용해서 전통주 방식으로 빚은 수제막걸리와 증류소주 (제공=명욱 주류문화컬럼리스트)
서울시와 농협중앙회 공동주최로 진행된 위드미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수제막걸리 시음회가 개최됐다. 사진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만을 사용해서 전통주 방식으로 빚은 수제막걸리와 증류소주 (제공=명욱 주류문화컬럼리스트)

수제막걸리 이외에도 일반 양조장에게도 부스를 줘서 다수의 막걸리들이 행사장에 등장했다. 

수제막걸리 시음회에 초청받은 양조장은 금계당, 도깨비양조장, 두루전통양조, 술샘, 천비향, 청산녹수, 술빚는전가네, 술아원, 추연당, 협동조합 모월, 호랑이배꼽양조장, 명인안동소주 등 12곳. 모두 막걸리와 청주(주세법상 약주), 그리고 소주를 빚는 전통주 전문 술도가들이다. 

이 중에서 모월과 금계당, 도깨비양조장, 두루전통양조 등은 주류제조면허를 낸지 1~2년이 안된 곳들이다. 나머지 술도가들도 명인안동소주를 제외하곤 모두 5년 안팎의 신생양조장이다. 

이처럼 수제막걸리에 술도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전통주가 가진 문화적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우리 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기 위함이다. 특히 전통의 가양주 제조법을 배운 젊은 양조인들이 늘면서 수제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 양조장도 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값싼 이미지의 대도시 막걸리에서 밀주의 형태로 이어져 오던 어머니의 손맛을 내는 막걸리에 일반의 시선이 머물기 시작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금계당의 ‘바랑’
금계당은 경북 안동의 술도가다. 집안에서 5대째 내려오고 있는 ‘해주(다른 명칭 삼해주)’라는 이름의 가양주에 ‘바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 가양주답게 두 번의 덧술을 한 삼양주 방식이며, 고두밥을 짓지 않고 생쌀발효 기법을 사용했으며, 누룩의 양도 최소화시켜, 젊은 층이 기피하는 누룩냄새를 없앤 것이 특징인 술이다. 

#도깨비양조장의 ‘도깨비술’
지난여름, 단양 술 기행에서 만났던 매력적인 술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 부부가 전통주를 배워 인공감미료 없이 만들었다. 술은 알코올도수 7도와 9도, 11도 세 종류로 만들고 있으며, 미술가 부부답게 술병의 디자인도 매우 상큼하다. 

#강원도 홍천 두루전통양조의 ‘술헤는밤’
명퇴후 귀농해서 메밀농사를 짓는 술도가 주인장이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멥쌀로만 술을 빚어 출시한 새술이다. ‘별헤는밤’이라는 시제에서 술 이름을 따왔다. 자고로 자신의 누룩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양조장이 아니라며, 고집스럽게 누룩도 만들고 있는 술도가이기도 하다.

#용인 술샘의 ‘술취한원숭이’
‘술취한원숭이’는 농림부 주최의 우리술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는 술샘의 대표 막걸리다. 쌀에 붉은 곰팡이를 입힌 홍국쌀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으며,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알코올 도수는 10.8도로 108번뇌를 10분의 1로 줄인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는 술이기도 하다.

#평택 좋은술의 ‘천비향’
네 번 덧술을 하는 오양주를 생산하는 몇 되지 않는 술도가다. 덧술을 많이 하는 만큼 술의 발효 숙성 기간도 100일을 훌쩍 넘기게 된다.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돼 애주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궁화를 소재로 한 술도 개발했다고 한다. 

#전남 장성 청산녹수의 ‘편백숲산소막걸리 순수령’
술이름이 길다. 그런데 타당한 이유가 담겨 있는 술이름이기도 하다. 장성의 자랑거리인 편백나무숲의 이미지와 맑고 깨끗한 산소, 그리고 독일맥주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순수령’까지 포함시켜 수제막걸리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작명이다. 

#포천 술빚는전가네 ‘산정호수 막걸리’
주막을 겸한 작은 양조장이지만, 이곳에서 빚어지는 술 중 두 개가 지난해 우리술 품평회에서 상을 받았다. 단맛을 내기 위해 물을 적게 사용하기로 유명한 동정춘 방식으로 술을 빚은 이 막걸리는 마시는 순간부터 입이 즐거워지는 술이기도 하다. 

#여주 술아원의 ‘핸드메이드막걸리’
맑은 청주(주세법상 약주)에 증류소주를 넣어 발효를 중단시켜 만드는 과하주를 대표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는 술도가다. 이 양조장에서 이태 전부터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이름부터 수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주 추연당의 ‘백년향’
여주 쌀로, 묵직하고 드라이한 맛을 내도록 만들고 있는 술이다. 고조리서 음식디미방‘에 나와 있는 순향주법을 재현한 순향주와 백년향을 내고 있으며 모두 멥쌀을 사용해서 양조한다. 

#협동조합 모월‘모월로’
원주쌀로 빚는 드라이한 맛의 약주와 이를 증류한 소주를 생산하고 있는 신생양조장이다. 모월은 원주의 치악산의 옛이름 중 하나. 이 이름을 제품의 브랜드로 사용하면서 라벨엔 국내 작가들의 그림을 넣어 문화적 의미를 강화한 술을 내고 있다.

#평택 밝은세상영농조합의 ‘호랑이배꼽생막걸리’
호랑이 모양의 한반도에서 호랑이 배꼽에 해당하는 지역이 평택이다. 이 지역의 쌀로 생쌀 발효해서 빚는 생막걸리, 그리고 이를 증류한 소주를 내고 있는 신생양조장이다.

#안동 명인안동소주의 ‘박재서명인안동소주’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 소주를 말하라하면 단연 으뜸으로 등장하는 술이 안동소주다. 가장 먼저 상업화의 길을 나서 규모면에서도 전통주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박재서명인안동소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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