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액 70% 저축은행‧대부업서 빌렸다

4대 서민금융상품 개설 후 추가대출 업권별 현황. (표=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4대 서민금융상품 채무자 중 47.2%가 서민금융 대출을 받고도 부족해 돈을 더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CB,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서민금융 상품을 받은 채무자 164만3381명 중 77만4966명(47.2%)가 서민금융상품을 받고도 최소 1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았다.

서민금융을 받은 사람 중 절반가량이 대출이 추가로 필요해 또다시 고금리 업체에 손을 내민 것이다.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은 채무자도 15.5%에 달했다. 추가대출금액의 70%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4대 서민금융상품은 고금리를 저금리 대출로 대환해주는 바꿔드림론을 비롯해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 힘든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을 말한다.

바꿔드림론은 연 20% 넘는 고금리를 10% 안팎의 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지난 2008년 말 출시했으나 초반에 무분별한 대출로 현재 대위변제율(채무자가 빚을 못 갚아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이 28.5%에 이를 정도로 상환율이 떨어져 이달부터는 대환상품인 ‘햇살론17’로 대체돼 새롭게 관리한다.

문제는 정책금융상품의 근본적인 목표대로 중‧저신용자, 저소득 서민들을 위해 서민금융 상품이 대부업 등 고금리나 불법사금융, 사채 등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결국 서민금융상품만으로는 자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고금리시장에 다시 진입한다는 것이다.

제윤경 의원은 “고금리 시장의 대출을 갚기 위해 정책금융상품의 대출금을 돌려막기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서민들의 고질적인 생활비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품별로는 바꿔드림론의 경우 전체 채무자 2만2264명 중 1만6098명(72.3%)이 추가대출을 받았고 31.3%는 추가대출이 4건에 달했다. 실제 바꿔드림론은 4대 정책금융상품 중 부실률이 28.5%로 가장 높아 관리가 요구되는 상품이다. 바꿔드림론 추가대출자 중 92.2%가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인 여신‧보험‧저축은행‧대부업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새희망홀씨의 경우 전체 채무자 77만4479명 중 30만3065명(39.1%)가 추가대출을 받았다. 9만453명(11.7%)이 4건을 추가로 빌렸다. 햇살론은 전체 채무자 75만9565명 중 42만4410명(55.8%)이 추가대출을 받았으며 4건 이상 추가대출자는 15만1104명(19.9%)이었다. 미소금융은 전체 채무자 8만7073명 중 3만1393명(36%)이 추가대출을, 이 중에서도 6052명(7%)은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았다.

제 의원은 “정부와 서금원은 서민금융상품 채무자 실태에 대한 분석도 없을 뿐더러 기존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면밀한 반성과 분석 없이 매년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민금융상품을 받은 채무자 중 절반이 추가로 대출이 유발된 상황에서 서민금융상품을 무작정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빚내서 집사라’를 외쳤던 지난 정부 정책 방향과는 다른 채무자 맞춤형 상담을 통한 복지 확대와 완전한 경제적 재기지원, 자활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바꿔드림론의 높은 부실률 문제와 추가대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 위원회는 바꿔드림론 대위변제자의 사후관리에 대해 주문했으나 아직까지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그는 “서금원은 서민금융 컨트롤타워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해 서민금융에 대한 기초적 데이터도 구비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NICE와 KCB 등 신용정보집중기관과 정보 공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데이터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바꿔드림론 채무자 중 70%가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았다는 통계자료에서, 올해는 채무자 중 30%만이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자료를 수정하는 등 데이터 검증 체계가 없어 왜곡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제 의원은 “추가대출 현황은 신용조회사에 요구하면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기초적 자료 분석 없이는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발전이 있을 수 없다”며 “정부는 가볍게 여길 게 아니라 국민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적 재기지원이 요원하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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