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체 대비 유병자 사망위험률 대동소이
보험료 낮아질까…"합리적 가격 산출 필요"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생명보험사들은 유병자에게 적정한 보험료를 받아왔을까.

건강한 사람과 유병자간 사망사고 발생률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여성의 경우 표준체(건강한 사람)와 유병자의 사망사고 발생률이 같거나 더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유병자의 사망보험에 합리적인 보험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개발원이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유병자보험과 표준체보험의 위험상대도를 분석한 결과 사망담보에 대한 유병자 사고율은 표준체 사고율 대비 2.73배 높았다. 표준체보다 유병자가 2.73배 더 많이 사망했다는 뜻이다.

유병자보험의 위험상대도는 유병자의 사고발생률을 표준체의 사고발생률로 나눈 값이다. 경과년수, 유병자의 계약분포 대비 연령표준화 등 표준체보험과 유병자보험을 같은 조건으로 두고 산출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무심사보험에서만 사망사고율이 표준체 대비 높을 뿐, 간편심사보험과 간편고지보험은 표준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병자보험은 크게 무심사, 간편심사, 간편고지(간편가입) 등 3가지로 나뉜다. 무심사보험은 모든 질병이나 치료내역에 대한 고지사항과 건강검진 절차 없이 보험가입을 받아준다. 

간편심사보험은 고혈압이나 당뇨 치료병력에 대한 고지항목을 없앤 상품으로 고혈압, 당뇨병을 가진 사람이 주로 가입한다. 간편고지보험은 질병을 갖고 있더라도 질병이 발생한 지 2년이 경과한 경우 가입할 수 있도록 심사 항목을 축소한 상품이다.

무심사보험은 표준체 대비 사망사고율이 남성과 여성 각각 6.28배, 5.53배로 크게 높았다. 반면 간편심사보험은 남녀 각각 0.98배, 0.80배로 오히려 더 낮았다. 간편고지보험도 남녀 각각 1.16배, 1.00배 높은 수준으로 사망사고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간편심사로 가입한 사망보험이라면 보험료를 더 적게 받아도 됐다는 의미다. 간편고지 사망보험도 남성은 위험보험료를 16% 더 받아야 하지만, 여자의 경우 동일한 수준으로 받았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생보사의 대표적인 사망보험은 종신보험이다. 최근 생보사들은 유병자를 대상으로 간편고지 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영업보험료(보험가입자들이 실제 내는 보험료)로 표준체 대비 남녀 모두 4%에서 많게는 20%까지 보험료를 올려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병자 대상의 사망보험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산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법 제7-73조에 의하면 보험사가 위험변화요인 등을 고려해 보험요율을 산출하는 경우 위험률을 최대 30%까지 할증해 사용할 수 있다. 또 보편적 위험집단보다 더 높은 위험발생 가능성을 가진 위험집단을 보험가입 대상으로 특화할 경우 추가 할증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생보사들은 유병자 대상의 종신보험에 보험료를 더 붙여왔지만, 최근 유병자보험은 80% 이상이 간편고지 상품으로 팔리는 추세다. 적어도 여성에 대해선 지금보다 낮은 수준의 보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간편고지를 내세운 종신보험이 많아진 이유는 보험사가 쉽게 사망률차익(보험사가 예상한 사망자보다 더 적은 사망자가 발생할 때 생기는 차익)을 낼 수 있을 거란 예상을 하기 때문”이라며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 손해율에 대한 통계 집적기간이 아직 짧지만, 향후 합리적 가격산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간편고지 보험은 2015년 처음 출시됐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만성질환 등을 가진 유병자도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험사에 과거 13년간의 유병자 질병통계를 제공했고, 이후 다양한 유병자 전용 보험상품이 출시됐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