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중소·지역기업 외면 행태 뭇매
의원들 “설립 취지 맞춘 경영방식 보여줘야”

한국산업은행(왼쪽)과 IBK기업은행 본사 전경.
KDB산업은행(왼쪽)과 IBK기업은행 본사 전경.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국책은행들이 국정감사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외형적 성장에 맞춘 수익만 좇다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 도모라는 본업을 뒷전으로 했다는 여당과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은 탓이다.

채산성, 전문성 등의 제약으로 인해 특정 부문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민간은행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국책은행의 인색한 정책금융 지원 방식에 대한 뭇매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기업의 정책금융 비중현황’에서 국내 기업 전체 여신액 중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5년 28.2%에서 지난해 27.7%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금융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6%에서 25%로 1%포인트 감소한 반면, 대기업 대출 비중은 35.4%에서 39.5%로 4%포인트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 방침과 상반된 흐름이다.

국책은행이 수익 창출에 급급해 입맛에 맞는 기업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공개한 ‘은행별 지적재산권(IP)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IP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4등급 이상의 기업에만 한정해 실행됐다.

또 기업은행이 지난 1~7월 동안 공급된 은행권 전체 IP담보대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7%에 불과했으며 건당 대출액도 3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김 의원은 “해외에서는 IP담보대출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을 건너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IP담보를 가진 혁신기업에 충분한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P담보대출 활성화에는 국책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제도 취지에 맞춰 IP담보 보다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대출을 진행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장병완 의원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기업금융 투자가 수도권에만 쏠려있는 현상을 조명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18년 기업투자지원액 5조2854억원 중 79%(4조1817억원)를, 기업은행은 3775억원 중 79%(2969억원)를 수도권에 몰아넣었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의 광주, 전남, 강원 등 지방 기업투자는 전혀 없었으며 기업은행은 지난 2년간 광주에 위치한 기업에 투자한 5억원이 다였다.

장 의원은 “국책은행의 투자가 민간은행처럼 보이는 가치만 보고 지원하면 국책은행으로서 존립의 의미가 없다”며 “국책은행은 단순한 손익보다 국가 경제 전체를 고려한 운영을 해야 하며 어려운 지역경제 지원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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