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제2금융권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더불어 업황 악화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혁신을 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카드업권 및 저축은행업권은 신기술과 신사업, 금융플랫폼 등 변화를 주도하고 변화의 흐름에 맞서 끊임없이 경주하는 모습이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양 업권의 혁신과 편의성을 중점으로 한 생존전략을 짚어봤다.

‘테크핀 시대’ 카드사, 혁신기술로 승부수

카드업계가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 저하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계 카드사의 신기술금융자산은 153억8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간(81억30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카드업계는 지난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 이후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 53건 중 총 8건을 차지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면 금융법상 인허가 및 영업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최대 4년간 유예하거나 면제해준다.

이 중 혁신금융서비스로 4건을 인정받은 신한카드는 이달부터 ‘신용카드 기반 송금서비스’와 ‘빅데이터 기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사업에 착수했다.

먼저 신용카드 기반 송금서비스는 계좌잔고가 부족해도 본인 신용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를 통해 소액을 송금할 수 있다. 개인 간 결제가 가능한 만큼 경조사비, 중고물품 거래 등을 지원하며 신한페이판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의 간편결제가 특징이다.

신한카드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손잡고 270만 가맹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 600만 개인사업자 대상 전문 CB 사업에도 진출했다. 가맹점 매출 규모, 휴폐업 정보뿐 아니라 가맹점·지역상권 성장성 등 미래가치 분석을 통해 기존 CB로는 미흡했던 개인사업자의 상환능력 평가를 개선한다.

여기 더해 신한카드는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카드 결제 시 생기는 잔돈을 모아 하루 2만원 한도 내에서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소액투자서비스’도 이르면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BC카드의 목소리 결제, 롯데카드의 손바닥 결제에 이어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 가능한 ‘페이스페이’도 화제를 모았다. 신한카드는 지난 8월부터 본사 식당 및 카페, 편의점 CU에서 페이스페이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연내 한양대학교 교내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서비스 안정성 등이 검증되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하나카드는 은행계좌 없이 포인트 잔액 내에서 결제 가능한 체크카드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포인트 차감 시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기존 체크카드와 달리 즉시 포인트 결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하나카드는 내년 1월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잔액 부족 시 계좌이체 등 포인트를 충전하거나 제휴사 포인트를 전환할 수 있다.

BC카드의 ‘개인 가맹점을 통한 QR간편결제 서비스’는 이달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해당 서비스는 개인 간 개인이 별도 단말기 없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결제가 가능하며 QR코드 방식이 적용된다.

특히 소비자가 QR코드를 생성하는 CPM(Customer Presented Mode), 가맹점이 QR코드를 생성하는 MPM(Merchant Presented Mode) 방식을 모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다양한 기관의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개인사업자의 사업건전성을 평가하고, 대출상품 선택·신청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정보뿐 아니라 CB사·PG사·VAN사·핀테크 기업과 업무제휴를 통해 비금융·비정형 데이터에 기반을 둔 대안적 개인사업자 약 230만명의 신용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카드사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링크비즈파트너’ 서비스는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가맹점주가 상점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고객에게 스스로 프로모션을 기획해서 모바일로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받아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가맹점주들은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로봇기반업무자동화(RPA) 통합 센터를 도입했다. 소비자의 행동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모바일 앱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 올해 초에는 상담원과 전화 통화 없이 모바일 채팅만으로 카드 발급심사와 이용한도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간편심사 톡’과 ‘한도상담 톡’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카드 역시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24시간 365일 상담이 가능한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 ‘DAB(답)’을 선보였다. DAB은 카드 발급, 이용내역 조회, 선결제 등 기본적인 업무처리부터 고객별 소비 패턴에 적합한 상품 추천과 이벤트까지 안내해준다. ARS↔챗봇↔톡상담 3개 채널이 연계돼 유기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금융혁신을 선도하고자 신기술 개발·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데이터경제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인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즉 ‘데이터 3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라며 “카드사 신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법 개정 및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銀, 모바일금융 플랫폼으로 ‘주거래은행化’ 탄력

저축은행업계가 강화된 규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키워드로 접근성 한계를 뛰어넘는 ‘모바일금융 플랫폼’을 꺼내 들었다.

그만큼 국내 저축은행들의 영업점 수는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16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 기준 저축은행 총 79곳의 영업점은 298개로, 평균 3.7개에 그쳤다. 저축은행들은 경영 효율화와 영업구역 확대 제한 등에 따른 조치로 영업점 통폐합에 나서고 있으며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새로운 이용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더 나아가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예·적금 유치에 그치지 않고 주거래은행으로 거듭나고자 고객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고도화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 8월 29일부터 자동이체 계좌 변경 및 계좌통합관리서비스 대상을 2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저축은행의 이 같은 행보에 힘을 보탰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통합 앱 ‘SB톡톡’을 통한 누적 수신액이 4조원을 돌파했다. 해당 앱을 통한 누적 수신액은 매해 1조원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중앙회는 지난달 SB톡톡에서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SB톡톡플러스’를 내놨다. SB톡톡플러스는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대형사들과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한 66개 저축은행이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각사 예·적금을 한 곳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대출 철회나 금리 인하 요구, 증명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영업점에서만 가능했던 업무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페이를 탑재한 점도 눈길을 끈다. SB톡톡과 SB톡톡플러스는 연말께 병합될 예정이다.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도 모바일금융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6월 디지털 뱅킹 앱 ‘사이다뱅크’를 출시했다. 은행의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에 담아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완성도를 높였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사이다뱅크는 비대면 계좌개설, 이체, 예·적금 가입은 물론 대출신청과 송금까지 모든 금융서비스를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인증 하나로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다. 실적 조건 없이 각종 이체, 현금자동인출기(ATM) 입출금, 증명서 발급 등 모든 수수료를 면제한다. 사이다뱅크는 편의성 및 고금리 상품 등에 힘입어 단기간임에도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만건을 넘어섰다.

OK저축은행의 경우 수신 부문은 중앙회 공동 전산망을, 여신은 자체 전산망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OK저축은행 모바일 앱의 누적 다운로드는 50만을 돌파했다. 상담원과 통화 없이 한도 조회부터 송금까지 가능하며 ‘1분 신용대출’과 인공지능 신용 분석을 통한 ‘맞춤 대출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2014년 9월 업계 처음으로 자체 모바일 앱 ‘원더풀론’을 선보인 JT친애저축은행은 업계의 디지털금융 강화 흐름에 맞춰 내달 말께에 새로운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JT친애저축은행은 SB톡톡 플러스에도 참여해 비대면 채널 공략 강화에 나섰다.

웰컴저축은행의 모바일뱅킹 ‘웰컴디지털뱅크’(웰뱅)는 이달 11일 기준 가입자 85만명 이상을 찍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4월 선보인 풀(full)뱅킹 모바일 앱인 웰뱅은 출범 1년 만에 다운로드 수 60만건, 실사용자 48만명을 달성하는 등 모바일뱅킹 시장에서 혁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5월 웰뱅을 2.0 버전으로 개편했다. 새 웰뱅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인별 맞춤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송금·이체 서비스를 인터넷은행 모바일 앱과 비슷하게 직관적으로 바꿨다. 수시입출금 상품의 우대 한도를 조정하고 이자 지급 주기도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였다.

페퍼저축은행도 ‘서민을 위한 힐링뱅크’를 목표로 지난 3월 모바일뱅크 ‘페퍼루’를 내놨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3년 새 자산 규모가 3배 이상 껑충 올라 2조원을 웃돌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페퍼루는 최신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공인인증서 인증만으로 별도 서류제출 없이 간편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부터 입금까지 전 과정이 직원 연결 없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뤄진다. 연 2% 금리 저축예금에 특색 있는 상품까지 갖췄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점을 찾는 고객보다 온라인을 통해 간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저축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못지않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업계 이미지 제고와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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