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정기예금 관심↑…브로커까지 활개
“외국인 해외송금 제한 철저, 돈 못 찾을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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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국내 은행 예금 이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자 고금리를 주는 개발도상국 현지 예금상품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하다는 특성상 비거주자(외국인)의 해외송금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아 예치액이 ‘그림의 떡’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이번 달 안으로 예·적금 이자율을 줄줄이 인하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1.25%로 인하한 데 따른 조치다.

주요 시중은행의 현재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상품 금리는 평균 연 1.5% 수준에 머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들의 과거 금리 조정 움직임을 미루어 보아 이번 이자율 인하 조치로 정기예금 금리가 연 1.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개월 초단기예금 상품의 경우 역대 최초인 0%대 금리 등장까지 예상했다.

세금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국내 은행 예금 이자율에 목돈을 굴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해외예금’이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IMF 외환위기 시절처럼 예금상품에 7~10%대의 고금리를 얹어주는 개발도상국의 현지 은행을 직접 찾아 자금을 예치하고 이자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재테크 관련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선 해외예금 가입을 원하지만, 현지 은행에서 직원과의 소통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전문 브로커(broker·중개인)까지 등장했다.

가장 뜨고 있는 예금 가입국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5시간여의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으로 여행 겸 예금 가입을 위해 방문하는 데 부담이 적고, 인터넷뱅킹 사용이 가능해 까다로운 외국인 금융상품 가입심사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예금 브로커 A씨는 “베트남의 외국인 정기예금 개설 원칙은 돈의 출처가 분명해야 하며 가입자가 베트남에 거주 가능한 기간 안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체계가 바로잡히지 않아 현지 중소형은행은 외국인 투자에 느슨한 구석이 있다”며 “현지 인터넷뱅킹을 활용하면 심사과정 없이 정기예금 가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예금상품은 이자율도 높은 편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 2009년 11월 이후 9.0%로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KB국민, 신한 등 한국브랜드 은행들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을 연 5.0% 수준으로, 현지브랜드 은행들은 최고 연 8.0% 수준까지 운용 중이다. 또 베트남은 모든 예금상품에 비과세를 적용한다.

수익률만 보면 해외예금에 가입할 가치가 충분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돈을 손에 쥘 수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발도상국은 대부분 외국인의 해외송금에 제한이 엄격해, 어렵게 넣은 투자금과 수익이 현지 은행 예치계좌에 묶여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외예금 제태크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베트남은 대표 외환부족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7년 기준 베트남의 외환보유고는 460억 달러로, 이는 2.7개월 정도의 수입액에 해당된다. 2.7개월 동안 베트남의 수입이 끊기면 정부에 남는 달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베트남은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자금이 다시 해외로 송금되는 것에 예민하며 나름대로 철저하게 제한을 둔다.

금융수익을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선 현지 급여소득을 증빙하는 자료가 필요하고, 소득세 납부 등 현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가 해외송금을 시도할 경우 은행이 거부할 수 있다.

송금 제한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직접 인출해 오거나, 국내에 와서 인출하는 것에도 제약이 있다.

공항을 통해 1인당 5000달러(약 580만원) 이상을 반출하지 못하도록 막아뒀으며 현지은행 체크카드로 국내 금융자동화기기(ATM)에서 인출할 경우에는 이중환전 수수료, 체크카드 이용 수수료, 환가료 등 각종 수수료가 청구돼 정기예금 이자율 수익이 무의미해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예금은 가입도 번거롭지만 만기 후 돈을 찾는 게 더 어렵다”며 “이를 도와주는 브로커가 활개하고 있지만 대부분 불법으로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1인 외화반출 한도는 1만달러(약 1100만원)다. 이 금액을 해외예금에 예치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불법을 저질렀다가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현명한 자금 운용을 위해선 수익만 좇지 말고 수익을 회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본 후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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