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강조되고 있는 기업투장금융(CIB)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KB금융그룹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 기능을 결합한 ‘CIB’는 국내 금융기관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나갈 핵심모델로 꼽힌다. 이에 과거 수년간 각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에 ‘CIB’를 단골 메뉴로 언급해왔다.

다만 ‘CIB 모델’은 공산품처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네트워킹과 역량, 영업 결과의 집합체라는데 그 어려움이 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때로는 시장에서 ‘쓴 맛’을 보는 과정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는 항목으로 평가된다.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은 조직부터 시작해 인력, 제도나 프로세스를 ‘One-Firm형 체계’로 재편하는데 꾸준히 집중해 왔다.

KB금융 어느 계열사에 근무하던지 CIB에 몸담고 있는 직원에게 물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Whole in One, CIB!’라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구호인데, ‘어느 계열사에 근무하던지 CIB 사람이라면 금융그룹 전체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캐치프레이즈’에도 나타나 있듯, KB금융은 여러 계열사의 역량을 합치면 고객이 원하는 최상의 CIB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신념은 조직체계나 인력구조, 성과평가체계 등 곳곳에 묻어난다.

CIB 부문 조직은 겸직 체계와 협의체 체계를 적절히 혼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좀 더 구속력 있게 겸직 형태로 운영하되, 자산운용이나 인베스트먼트, 자금줄 역할을 하는 손해보험이나 생명보험 등과의 협업은 별도의 협의체를 통해 챙겨보는 방식이다.

CIB 인력이 근무하는 물리적인 공간에 있어서도 올해 눈에 띄는 변화가 포착된다.

여의도역 주변의 ‘The-K타워’에 방문하면, KB금융그룹 CIB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핵심인력을 만나볼 수 있다. 총괄 역할을 담당하는 지주부터 은행, 증권, 그리고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에 이르기까지 CIB에 관련된 영업과 관리 인력을 한 곳에 모아 놓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단행된 인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융합형 인재를 등용하고 육성하겠다’는 윤종규 회장의 CIB 전략의 면면이 읽혀진다.

올해 초부터 그룹 CIB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오보열 대표의 인선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다.

오보열 대표는 지난해까지 심사본부장을 담당하면서 영업과는 대척점에서 리스크를 측정하고 영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소위 ‘심사통’으로 통한다.

심사와 영업 간 교차인사를 통해 상호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간극을 좁히겠다는 KB금융의 의도로 읽혀지며, 오 대표뿐 아니라 ‘부서장급, 실무자급을 포함하면 영업에서 심사로, 심사에서 영업으로 자리를 옮긴 인력의 수는 상당 수에 이른다.

특히 기능 간 융합뿐 아니라, 계열사를 넘나드는 교차인사 활성화에도 KB금융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로 다른 조직 간 협력을 통해 고객에게 통합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피상적인 이해 보다는 실제로 상대 조직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 수년간 교차인사를 추진해 왔으며, 이제는 각 계열사 CIB 영업인력 중 상당 수를 다른 계열사로부터 건너 온 인력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서 능력이 검증된 외부인사 영입에도 박차를 기하고 있다. 올 초에는 KB인베스트먼트 수장으로 김종필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부사장을 선임했고, 은행과 증권 등 각 계열사별로 참신한 감각과 능력을 갖춘 외부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수적인 조직으로 알려진 은행 인력 채용에 있어서도 다른 회사에서 탁월한 경력을 쌓은 IB 핵심인재를 영입하는 데 힘쓰고 있다.

성과평가나 급여체계 역시 시장친화적이고 계열사 간 협력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계열사별로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잘 혼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시대 트렌드와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할 때,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내실 있게 변화를 꾀하겠다는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CIB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업계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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