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4 15:45 (목)
[응답하라, 우리술133] 새콤달콤한 ‘별산’ 막걸리, 신고합니다!
[응답하라, 우리술133] 새콤달콤한 ‘별산’ 막걸리, 신고합니다!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10.28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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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 터부시하는 전통주 업계 고정관념 깬 양주도가 신상품
좋은 와인의 신맛이 맛 상승시키듯, 짠 안주와 최적의 궁합
터부시하는 신맛을 상업적으로 최대한 끌어안으며 새콤달콤한 술맛을 내는 양주도가의 ‘별산’ 막걸리 (사진 =양주도가)
터부시하는 신맛을 상업적으로 최대한 끌어안으며 새콤달콤한 술맛을 내는 양주도가의 ‘별산’ 막걸리 (사진 =양주도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음식의 신맛은 경계심을 일깨운다.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특히 강한 신맛은 금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일까 술에서 느껴지는 신맛에 대해서도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산미를 술이 잘못됐다는 이상 징후로 읽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신맛은 맛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짜고 단 맛을 지닌 음식과의 페어링 관점에서 보면 신맛은 다른 맛과 어울려 맛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와인의 경우는 신맛을 지녀야 좋은 와인으로 취급하고, 신맛이 없으면 밍밍한 술(flat wine)이라 부를 정도로 평가절하 받는다. 

이와 관련 어느 와인 전문가는 단맛과 알코올은 술의 기본이 되는 살 또는 육체와 같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흔히 바디감이라고 말하는 술의 질감은 뼈이고 신맛은 술의 근육과 같다고 말한다. 이 맛들이 잘 어울려져야 좋은 술이라는 것이다. 

신맛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는 와인에 머물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는 커피까지도 신맛을 지닌 것을 윗길로 쳐줄 정도로 바야흐로 ‘신맛’의 시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맛에 대한 미식의 흐름이 이처럼 다채로워지고 있지만 전통주업계에선 여전히 신맛을 터부시한다. 가양주 방식의 전통주를 생산하는 술도가든, 양조장에서 빚어지는 막걸리이든 초기 발효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술에 신맛이 깃드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단맛과 알코올의 쓴맛,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 등으로 맛의 균형을 잡으려 한 술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막걸리 시장에 별종이 등장했다. 모두가 단맛에 신경 쓰고 있을 때 오히려 신맛을 상업적으로 최대한 끌어안으려고 노력한 막걸리가 등장한 것이다. 어느 날 감식초를 막걸리에 타서 마시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신맛이 강한 막걸리를 기획하게 됐다는 양주도가의 ‘별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양주도가는 양주군에서 실시한 전통주 교육을 받은 뒤 세상에 없는 막걸리를 만들겠다고 설립된 술도가다. 사진은 발효중인 막걸리를 도봉으로 저어주는 김민지 부사장
양주도가는 양주군에서 실시한 전통주 교육을 받은 뒤 세상에 없는 막걸리를 만들겠다고 설립된 술도가다. 사진은 발효중인 막걸리를 도봉으로 저어주는 김민지 부사장

포천 이동주조에서 미생물 관리 업무를 해왔던 김민지 부사장은 전통주가 가진 쌀 본연의 달큰함을 맛본 뒤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양주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전통주 교육을 받게 되고 여기서 현재 술도가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상철 씨를 만나 지난해 양주도가를 오픈하게 됐단다. 

둘이 세운 목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막걸리와 전통주를 만든다는 것. 모든 막걸리가 천편일률적인 맛을 지닌 시대인데다 단맛만을 강조한 술들이 판을 치는 막걸리 시장을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술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김 부사장의 생각이다. 

그 첫 시도는 6년된 감식초에서 초산을 분리해내고, 누룩과 함께 술을 빚어 신맛과 단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이들 간식거리 이름처럼 ‘새콤달콤’한 술맛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추출한 바나나향을 내는 국산 효모까지 사용해서 술의 풍미를 높이는 작업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맛을 가지면서 상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술을 만드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난해 4월 주류제조면허를 냈지만, 그동안 시험양조를 하면서 계속 술맛을 잡아오다 지난 9월에야 ‘별산’을 출시할 수 있었다”는 김민주 부사장은 이 술을 만드는 과정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 빗대어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막걸리와 식초는 상극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에서 이 둘의 균주를 이용해 막걸리를 빚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양주도가에서 지난 달 출시한 술 ‘별산’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은 마실 때 식욕을 자극시키는 특별한 신맛이라는 점에서 ‘별산’이며, 양주 제일의 무형문화재인 별산대놀이에서 따온 ‘별산’이기도 하고, 가득 찬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 있는 ‘별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잊혔던 우리 술 맛의 일부가 복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양주도가의 첫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출시될 새로운 술들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술이라고 김민지 부사장은 말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술도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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