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예년 같지 않다. 글로벌 증시가 어려워진데다, 증권사 IPO를 대체할 다른 자금조달 창구들이 늘어나서다. 하지만 IPO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 지을 수 있는 전통 통로로 여전히 증권사의 핵심 역할이다.  본지는 올 한해 IPO 트렌드를 분석하고, IPO 보릿고개에도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수행 중인 증권사들의 성과를 집중 조망해봤다.

 

■ 쪼그라든 IPO 시장

올해 국내 IPO 시장이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IPO 실적이 대폭 줄어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초부터 23일 현재까지 코스닥 코스피 등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49개로 나타났다. 이 중 코스피 신규 기업은 2개사에 불과하며, 나머지 47개사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반토막이다. 지난해 신규 상장된 기업은 총 77개로 코스피에 7개, 코스닥에 70개 상장했다.

IPO실적과 연동해 인지수수료 시장도 덩달아 감소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IPO 인지수수료 시장은 2016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지난 2016년 신규 IPO 인지수수료 시장은 코스피·코스닥 합산기준 1025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31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명 ‘빌리언 클럽’의 실종도 올 한해 IPO 시장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뒷받침한다.

빌리언클럽이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신규상장기업을 일컫는 말로 올해 신규 상장된 기업 중 빌리언클럽은 현대오토에버와 드림텍 2곳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5000억원을 넘긴 곳은 빌리언클럽 기업 외 압타바이오, 지노믹트리 두 곳뿐이다.

정재호 의원은 “IPO 시장에서 공모가가 높고 시가총액 규모도 큰 기업이 등장할 경우 증시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기존 상장기업들의 가치도 동반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며 “코스피 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7년 총 7개의 빌리언 클럽 기업이 나타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2018년에는 0건, 2019년에는 2건에 그치고 있어 앞으로 자본시장의 새 활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NH·한투 ‘양강체제’서 대신증권 ‘다크호스’로

올해 IPO시장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양강체제로 요약된다. 대신증권도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상 지난 23일 기준 NH투자증권이 IPO주관을 맡아 진행한 공모 총액은 6683억원(9건)이다. 금액 기준 전체 IPO 시장의 31.9% 수준으로 압도적인 업계 1위다. 이어 한국투자증권(3334억원), 대신증권(2302억원), 미래에셋대우(2034억원), 키움증권(1624억원), 삼성증권(1458억원), 하나금융투자(1413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의 IPO 2건을 모두 수행했다. 지난 3월 코스피에 상장된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상장 직후 시가 총액만 1조8627억에 달하는 대어였다. 시가총액 4248억원의 드림텍 역시 NH투자증권이 상장시켰다. 해외기업인 SNK를 국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점도 눈에 띈다. SNK의 시가총액은 7087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시가총액 4781억원의 세틀뱅크를 상장해 인기를 끌었다. 펌텍코리아와 플리토 등도 투자자 사이에서 핫한 종목으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업을 상장시킨 곳으로 IPO 건수 기준으로는 국내 1위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총 11건의 IPO를 진행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IPO는 8건으로 4분기에도 최다 IPO 증권사 타이틀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30일에는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롯데리츠의 상장이 예정돼 있어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듯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양강체제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대신증권은 올 한해 2302억원 공모총액을 시현하며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상반기 최대어였던 에코프로비엠의 단독 대표주관업무를 수행하며 IPO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에코프로비엠의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조2545억원으로 올해 상장된 기업 중 두 번째로 높다. 이외에도 대신증권은 아이스크림에듀, 이노테라피, 팜스빌 등 다양한 업종의 IPO를 완료하며 시장에서 호평을 듣고 있다. 기존 대형증권사 위주로 흘러가던 IPO 시장흐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중위권에 맴돌던 대신증권 IPO조직이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리그테이블 3위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증권사별 IPO 전략 각양각색

다른 증권사들도 각사만의 특색을 살린 IPO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기술특례 상장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IPO 비즈니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증권은 기술력이 뛰어난 바이오, ICT 기업을 발굴해 상장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약학박사, 테크 애널리스트 출신 전문인력이 총출동한다. 이들 기업의 상장 전 준비부터 상장 안착까지 총체적인 커버리지에 나선다.

실제 항암치료제 개발기업인 압타바이오와 면역치료백신 전문기업인 셀리드 상장시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는 약학박사 출신 직원이 상장을 위한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IPO시장 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의 강자’라는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09년 스팩 제도 도입 이후 하나금융투자는 10년간 13개의 스팩을 상장, 이 중 7개를 합병 시키며 높은 합병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5개의 스팩을 상장중인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들어 9호 스팩을 덴티스, 10호 스팩을 지앤원에너지와 합병청구 완료했다. 아울러 핀테크, 2차전지, 바이오 관련 기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리츠로 큰 수확을 냈다. 신한알파리츠의 성공적인 상장에 이어 유상증자를 성공 시키며 리츠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은 KB국민은행과의 연계를 통한 안정적 IPO 기반 구축에 힘쓰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보유한 기업고객 풀(pool)과 KB증권의 딜 수행역량을 결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계열사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국내 최고의 IPO 하우스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올해 연말까지 60개가 넘는 신규기업의 IPO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SK매직, 호반건설, 카카오페이지 등 대형 딜 수임을 확보 중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실제 아이티엠반도체, 현대에너지솔루션, 브릿지바이오 등은 4분기 상장이 예정된 만큼, 이들 기업 상장시 상위권 도약도 충분히 점쳐진다.

키움증권은 중소·벤처기업 특화 IPO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도 네오크레마, 세경하이테크, 지노믹트리 등 현재까지 4개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한 바 있다. 특히 이들은 200여개 중소·벤처기업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키모로를 2010년부터 운용해 매년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중소·벤처기업과 관계 지속형 IB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 하반기 전망은 ‘맑음’

한편 오는 4분기를 기점으로 IPO 시장은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4분기 상장이 예정된 곳은 55개~60개 수준으로 대어급 기업들의 등판도 예상된다.

특히 현대카드가 갑자기 IPO시장에 출두 의사를 내며, 현대카드는 국내 증권사 IPO 순위경쟁에서 최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만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외에 롯데리츠, 지누스, 한화시스템 등의 상장도 하반기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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