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큰손 투자자 찾아다니며 그룹 가치 적극 어필
신규사업 투자금 유치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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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그룹 수장들이 높은 실적에도 바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접 발로 뛰는 해외 영업으로 투자자들에게 그룹 가치를 어필하며 주가 부양과 신규 투자 유치에 분주한 모습이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사의 PBR는 지난 9월 기준 0.42배를 나타내고 있다. 2011년부터 9년째 1배를 밑돌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기업가치분석에 주로 이용되는 PBR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서 자기자본에 대한 장구가 대비 시장가의 비율이다.

PBR이 1배를 넘을 경우에는 시장에서 해당기업의 경영진이 현재의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장부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평가되며, 1배보다 작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장부가 만큼의 가치도 창출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주 가치가 저평가된다는 것은 시장에서 국내 은행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은행주 부진이 지속된다면 핀테크나 해외진출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한 증자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그룹 회장들은 주식 가치를 올리기 위해 큰손 투자자들을 찾는 ‘해외 IR 원정’을 이어가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중동을 시작으로 유럽, 북미를 순회하며 국부펀드와 연기금을 비롯해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을 만났다.

손 회장은 지난 5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밀집 지역인 홍콩과 일본 지역에서 벌인 IR로 우리금융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을 2% 이상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해외 순회 IR을 통해서도 우리금융이 가진 성장 잠재력을 강조해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 중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역시 글로벌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한 특강에서도 “"KB금융의 PBR이 0.5배도 안 돼 굴욕감을 느낀다”며 “투자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회장은 유럽과 북미를 방문해 KB금융 경영 현안과 향후 중장기 전략 방향을 홍보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영국, 노르웨이 등을 방문해 주요 연기금과 노르웨이중앙은행, 피델리티 등 투자자들을 만났으며 이달 3일부터는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IR 활동을 추진한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11월 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 시카고 및 보스턴, 뉴욕에서 IR를 실시한다. 지난 5월 싱가포르, 홍콩을 다녀온 데 이어 반년 만의 해외 IR이다.

김 회장은 이번 IR 일정 동안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을 비롯해 미국 투자회사 해리스어소시에이 등의 주요 투자자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및 시장금리 하락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해 하반기 국내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 회장들은 PBR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적극적인 배당 상향 조정에 나서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쳤지만 이는 단기적 효과에 그친다.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직접 우량 해외 투자자를 유치해오는 것”이라며 “수장들의 적극적인 해외IR로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위한 투자 확대는 물론 국내 은행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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