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 1년 만에 5조원 시장 규모 형성
퇴직연금 늘자 정기예금 금리 하락세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으로 고객 몰이에 나섰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지 약 1년 만에 5조원을 달성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수신 확보가 충분히 이뤄지자 업계는 수신 금리를 낮추면서 내년에 시행하는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든 저축은행 25개사 중 퇴직연금 예금 잔액 기준 상위 3사의 점유율이 40%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상품을 선보인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기준 최소 7500억원에서 8500억원에 달하는 잔액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1영업일에 20억원~50억원 이상의 수신액을 올리고 있다. 차순위로는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이 각각 6667억원, 6500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새로운 수신 채널인 퇴직연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퇴직연금 상품은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유리할뿐더러 시중은행에서 판매돼 저축은행의 영업망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외부 금융사에 위탁 운용하는 방식으로, 예금보험료 부담이 없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예금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연 높은 수익률에 있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2%대로 시중은행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이는 저축은행이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금조달 수단인 수신 상품의 금리 조절로 유동성을 관리하기에 가능하다.

최근 저축은행의 수신 상품 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일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31%로, 지난 9월 2.48%에서 0.17%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수신 확보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저축은행들이 재무건전성을 위한 예대율 규제를 대비해 수신 금리 완급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은 내년에 예대율 110%, 오는 2021년까지 10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저축은행들은 예대율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자산을 줄이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다만 대출 감소는 곧 수익성 하락과 직결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대출을 줄이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예금이 많아지면 대출도 늘어나야하는데 그렇지 않을 시 자금 운용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딜레마가 있다. 때문에 퇴직연금 시장에서 예금을 과하게 조달하게 되면 일반 정기예금 금리를 내려 기존 저축은행 고객을 줄여야 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수신액이 과해진 상황”이라며 “수신은 대출을 운용하기 위한 것인데 타 업권과도 경쟁이 치열하고 대출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금리를 떨어뜨려 수신을 덜 받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금리가 시중은행이 1.5%인데 비해 1% 정도 높다보니 고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고금리 대출을 많이 받은 대부업체 계열은 특히나 예대율 규제 도입을 앞둔 만큼 예금을 많이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해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자산에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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