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4 15:20 (목)
[응답하라, 우리술 134] 클래식한 맥주 맛에 갈 길 멈추는 안동맥주
[응답하라, 우리술 134] 클래식한 맥주 맛에 갈 길 멈추는 안동맥주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11.04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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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의 본 고장에서 크래프트 맥주 빚는 ‘안동브루잉컴퍼니’
양준석 대표 “전통의 고장에서 파적도 같은 양조장 만들 터”
안동에서 수제맥주를 빚고 있는 안동브루잉컴퍼니. 예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이 양조장의 로고는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의 ‘파적도’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안동맥주의 브루하우스에 새겨진 ‘고양이 로고’
안동에서 수제맥주를 빚고 있는 안동브루잉컴퍼니. 예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이 양조장의 로고는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의 ‘파적도’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안동맥주의 브루하우스에 새겨진 ‘고양이 로고’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고양이가 보리를 물고 도망가고 있다. 안동에 자리한 맥주양조장인 안동브루잉컴퍼니(이하 안동맥주)의 로고다. 가는 곳마다 전통문화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 안동에서 맥주를 빚어서일까? 안동의 예스러움을 로고에 담아내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려 조선 후기 화가인 김득신의 그림 중에 파적도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파적도는 여염집에 들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해 병아리를 낚아채 잽싸게 도망가고 있고, 이를 기다란 담뱃대로 저지하는 남자와 병아리를 빼앗긴 암탉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담겨 있는 그림이다. 안동맥주는 간송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에서 들고양이를 모델로 가져온 것이다. 병아리 대신 보리가 물려 있는 그림 속에서 이 양조장이 만드는 맥주의 지향점이 느껴진다.

봉화 청량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 지난주 소주로 유명한 안동을 찾았다. 맥주 양조량을 늘리기 위해 올 초 완공한 2공장에서 만난 양준석 대표. IT부품을 다루는 무역회사를 하다가 크래프트 맥주 붐을 예상하고 180도 전업을 한 케이스다. 아직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와 관련 주세법 등이 개정되기 이전, 양 대표는 변화의 조짐을 읽고 맥주 장비 등 기계류 무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평소 가벼운 라거 맥주를 좋아한데다 맥주 장비에 대한 시장이 아직 열리기 전이라 신혼여행지로 미국 양조장 투어를 결심한다. 그렇게 미국에서 만난 맥주들이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주세법이 바뀌면서 문경의 김억종, 만종 형제를 만나 문경브루어리(가나다라 브루어리의 전신)를 창업한다. 그렇게 시작된 맥주 양조의 길은 지난 2017년 소주의 고장인 안동에 맥주 양조장을 내기에 이른다.

양 대표가 지향하는 맥주는 ‘클래식’이다. 현재 만들고 있는 맥주는 6종(위탁생산 2종 포함)인데, 각각의 맥주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클래식한 맛’이라고 즉답한다.

자체 브랜드로 나오고 있는 페일에일(만리재)과 IPA(홉스터), 라거(안동), 골든에일(금맥주) 등의 맥주들은 모두 해당 스타일의 전성기 시절 보여주던 맛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페일에일은 몰트의 느낌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영국 스타일을, IPA는 홉향을 중시하는 아메리칸 스타일, 라거 또한 몰트의 고소함과 홉향을 살린 맥주로, 황금색을 강조하는 필스너 스타일보다는 로스티드 몰트를 사용해 붉은 색을 살리면서 청량감을 높이는 술로 설계했다. 무거운 술보다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골드에일의 경우 편하게 음용할 수 있도록 레시피도 단순하다. 하지만 그런 레시피의 술이 더 어렵다고 양 대표는 귀뜸한다. 맛의 균일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더 그렇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라거와 페일에일의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안동소주 술도가가 밀집돼 있는 현재의 위치에 2공장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생산량의 80% 정도는 수도권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안동맥주는 한국산 맥주를 만들기 위해 3년전부터 홉농사를 짓고 있고, 안동지역에서 생산되는 밀로 바이젠 맥주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진 왼쪽이 안동브루잉컴퍼니의 양준석 대표 (사진 제공 : 안동브루잉컴퍼니)
안동맥주는 한국산 맥주를 만들기 위해 3년전부터 홉농사를 짓고 있고, 안동지역에서 생산되는 밀로 바이젠 맥주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진 왼쪽이 안동브루잉컴퍼니의 양준석 대표 (사진 제공 : 안동브루잉컴퍼니)

한편 양 대표는 밀맥주인 바이젠을 청량산 자락에 있는 맹개술도가의 밀을 사용해서 만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모작으로 밀과 메밀을 생산하면서 이를 안동소주의 재료로 사용 중인 맹가술도가로부터 밀을 공급받아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맥주를 만들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를 위해 몇 차례 시험양조를 끝냈으며 조만간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국산 맥주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3년 전부터는 자체적으로 홉농사(시트라와 센테니얼 품종)도 짓고 있다고 한다. 5년쯤 돼야 홉꽃 속의 방향물질인 루풀린이 풍성해져 맥주에 활용할 수 있기에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양 대표는 말한다. 

파적도는 고양이의 등장으로 정적을 깨는 장면을 담고 있다. 양 대표는 그 고양이처럼 맥주 시장에서 이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발 닿는 곳이 모두 문화유산인 안동에서, 그리고 고려 이래로 줄곧 소주의 고장이었던 안동에서 크래프트맥주로 ‘파적’을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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