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4 02:20 (목)
[인터뷰] “보험 모집수수료 개편은 반쪽짜리 제도개선”
[인터뷰] “보험 모집수수료 개편은 반쪽짜리 제도개선”
  • 박영준 기자
  • 승인 2019.11.04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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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김은경 로스쿨 교수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당국의 모집수수료 개편안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보험모집인에게 주는 수수료의 총량을 정하고, 분급제도를 보험업법에 명문화하지 않는 한 보험사들의 이전투구를 막을 수 없다. 결국 보험료 인상이라는 소비자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은경 교수<사진>는 지난 8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모집수수료 개편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이자 보험법 전문가다. 현재 금융위에서 보험 옴부즈만과 법령심사위원 등을 맡고 있다. 금감원에서는 분쟁조정위원, 보험약관순화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며 얼마 전까진 보험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했다.

보험법을 전문으로 하는 법학도는 비주류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상법 제4편에 보험계약법이 있고, 이와 별도로 감독을 위한 보험업법이 있다. 대부분은 상법 위주의 연구가 활발하지만 김 교수는 생물처럼 움직이는 보험법에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발견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란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연구실에만 앉아있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았다. 특히 보험시장은 시장생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논리만 갖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분야”라며 “논리적인 부분을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만들고 싶어 금융당국과 다양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모집수수료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보험업을 불완전경쟁 시장으로 봤기 때문이다. 보험시장은 크게 제조사인 보험사와 판매자인 대리점 내 보험모집인(설계사)으로 나뉜다.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보험상품 판매에 따른 대가로 소비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모집수수료로 준다.

최근엔 보험사보다 소속설계사를 더 많이 보유한 거대 독립보험대리점(GA)도 탄생했다. GA는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일종의 ‘보험 하이마트’다. 보험사들은 자사 상품을 밀어달라며 경쟁적으로 판매자에게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주기에 이르렀다. 이 경우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좋은 보험이 아닌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보험을 추천하게 될 개연이 크다.

김 교수는 “보험 상품이 대동소이하다면 결국엔 판매수수료 싸움이다. 판매자가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소비자도 보험이 어려우니 판매자에게 의존한다”며 “결국 설계사는 소득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보험 상품을 권유하고, 이러한 이해상충으로 소비자는 보험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마저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지난 8월 발표한 모집수수료 개편안이다. 설계사가 첫해 받는 수수료를 보험가입자가 첫 달에 낸 보험료의 12배(1200%)까지로 제한하고, 장기간 수수료를 분급해 받는 걸 선택하도록 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첫해 설계사에게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몰아주는 관행이 보험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금융당국의 방안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모집수수료의 총량을 제한하지 않는 한 보험사는 초년도 1200%를 지키더라도 2차년도 이후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예정한 사업비보다 수수료를 더 지출하면 재무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분급 방식을 강제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설계사가 지인의 이름 등을 빌려 보험에 가입하고 조기에 계약을 해지, 납입한 보험료보다 수수료가 더 많을 때 해지하는 식의 차익거래(작성계약)가 이뤄지는 것도 결국 보험사가 많은 수수료를 초기에 몰아줘 발생한 문제다.

김 교수는 “선지급 중심의 현행 제도에서는 수수료 지급이 끝나면 설계사가 해당 보험을 관리할 동기를 잃어버린다”며 “수수료 총량 제한도 없고, 분급은 선택에 맡긴다면 누가 분급 제도를 선택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분급 제도를 강제할 경우) 일각에선 신입 설계사의 정착이 어려워진다고 말하지만 한동안 지나면 소득은 똑같다”며 “분급 제도를 정착하지 않을 때 생기는 소비자 피해가 훨씬 크다. 이 정도는 금융당국도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지급 판매 수수료의 직접 규제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초년도나 2차년도 이후의 판매 수수료에 대해 한도나 지급기간 등을 보험모집채널별로 상세히 정해 이를 분급화할 수 있도록 법규를 마련하고 있다”며 “보험사 자율로 되어 있는 총수수료를 제한하고, 분급제를 보험업법에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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