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해석심의위 다수의견 수렴…“판매사에 과징금 부과 무리”
판매사 책임 회피 가능한 현행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 대두

 

<대한금융신문=강신애·최성준 기자> NH농협은행이 ‘공시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100억원의 과징금 제재에서 벗어나게 됐다. 현행법상 펀드판매사는 공모펀드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어서다.

펀드판매사와 자산운용사가 함께 공모를 사모로 위장해 시리즈펀드를 운용·판매하고 공모 규제를 회피했다는 혐의가 있어도, 제재는 자산운용사만 받게 된 셈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4일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에서 농협은행에 증권신고서 미제출로 인한 과징금 부과가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이 농협은행과 파인아시아운용, 아람자산운용의 펀드 증권신고서 미제출 혐의에 대해 과징금 제재를 부과하는 안건을 올린데 대한 결과다. 

저녁 6시께 시작한 자조심은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며 2시간동안 진행됐다. 자조심에서는 공모펀드 운용시 증권신고서 제출 등에 대한 공시의무는 자산운용사에 있으며, 펀드판매사는 해당 의무가 없다고 봤다. 

금감원이 올린 제재 안건 중 한 건이 전면 철회된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공시의무 위반과 관련해 펀드판매사인 농협은행에 100억원, 자산운용사인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각각 60억원, 40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한 바 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사실상 동일한 펀드를 팔면서도 시리즈로 쪼개 팔아 공모 규제를 회피했다고 봤다. 또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상 농협은행이 주선인의 역할을 했으며, 해당법 상 주선인은 공시의무를 져야 하는데 농협은행이 의무를 지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이번 자조심은 금융위 산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열린 법령해석심의위에서는 해당 안건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펀드판매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어렵다’는데 다수의견이 모였다. 펀드판매사가 법적 주선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펀드판매사에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는게 골자다. 

아울러 이번 자조심에서는 법적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의 과징금 부과를 조심스러워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안건이 법령해석심의위에서도 쟁점이 되는 등 여러 법적 해석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과징금 부과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현행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 판매사가 펀드 운용과 관련한 부정행위에 가담했음에도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펀드 운용 관련 부정행위 중 공시 의무 위반과 더불어 OEM펀드 운용시에도 판매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실제 앞서 농협은행은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대해 OEM펀드 운용을 지시했다는 금감원 지적을 받았지만,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대해서만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현행법상 OEM펀드 운용 지시와 관련해서도 판매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가 운용사와 공조해 펀드의 운용·판매와 관련한 부당행위를 저질러도 운용사만 처벌하고, 판매사는 처벌할 수 없다는 현행 자본시장법은 문제가 있다. 제재 형평성을 위해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은행과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의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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