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에 공공정보 활용’…관계부처 합의점 못 찾고 삭제
비금융정보로 신파일러 제도권 포용, 공공정보 없이 역부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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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금융이력 부족자(신파일러·Thin filer)를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하려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법 취지 달성의 핵심 조항인 공공정보 활용 부분이 법안에서 삭제돼서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성실하게 세금을 낸 개인의 신용등급을 올려주기 위해 국세청, 행정안전부 등이 보유한 공공정보를 신용정보집중기관에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들 관계부처가 반대하면서 결국 해당 방안은 제외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신용정보집중기관의 공공기관 요청정보 확대’와 관련한 내용을 삭제했다.

해당 내용은 신용정보원 등 신용정보집중기관이 국세청이나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4대 보험료, 전기·수도세 등 세금 납부 내역을 받아 금융사나 신용평가사(CB) 등이 이를 개인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세금 체납(연체) 정보는 신용정보집중기관에 공유돼 신용등급 하락에 반영되고 있지만, 정작 세금을 성실하게 낸 이력은 신용등급을 높이는 데 활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내용을 마련했다.

하지만 관계부처들은 개인의 동의 과정 없이 민감정보인 과세정보를 공유했을 때 불거질 문제를 우려해 올해 초부터 반대 의사를 내비쳐왔다. 결국 금융위는 법안이 심사되는 시점까지 관계부처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법안에서 해당 내용을 제외시켰다.

금융위는 해당 내용을 개정안에서 제외하더라도, 데이터 활용 체계 마련을 위해 일단 법 통과 자체가 시급하다고 보고 신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업계에선 당초 신정법 개정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정법 개정 취지는 마이데이터 산업을 도입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는 취지도 있지만,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금융이력 부족자의 신용평가 방안 확대 등 포용금융을 확대한다는 측면도 있다.

금융이력 부족자를 평가할 수 있는 비금융정보는 통신사 요금 납부실적, 유통 멤버십 등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 등도 있지만,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보유한 납세정보가 신용평가 시 가장 필요한 정보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정부·공공기관 거래 또는 납부 데이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금리 대출 신용평가 모형이 없는 은행에 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받았으면 하는 정보 항목과 중요도에 대해 질문한 결과다.

지난달 24일 신정법 개정안을 논의한 여야 의원들 또한 공공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금융위의 당초 입법 방향과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세금이나 고용보험료는 사실 신용평가를 할 때 굉장히 중요한 정보인데, 이를 빼면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절반이 빠지는 것"이라며 “납세 정보 등 공공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놓은 뒤 시행령 등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좋은 방향 같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도 "세금과 사회보험료 이상으로 중요한 정보가 뭐가 있겠냐"며 "자동차 몇 번 탔는지 하는 정도의 정보로 데이터를 가공할 것이냐"며 질타했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관계부처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신용평가에 공공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정법 개정안 통과와 별개로 ‘국세청 빅데이터센터’를 금융사나 신용평가사(CB)가 이용할 수 있도록 국세청과 협의 중”이라며 “비식별 처리된 공공정보를 활용해 당초 신정법 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지속해서 노력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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