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정이율 50bp 인하하면 보험료 20% 올라
8천만원 내고 1억 받는꼴… 보험료 선택권 늘려야

<편집자주>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 논란이다.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험료를 내는 기간에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특성이 민원 다발성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다. 금리가 낮으면 보험료는 필연적으로 오르는데,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은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해결책이 대형 보험사의 입맛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내년에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역대 가장 비싼 보험료를 내야한다. 저금리에 보험료 산출이율이 지금보다 최고 50bp(1bp=0.01%포인트) 이상 낮아질 전망이다. 이 경우 보험료 8000만원을 내야 1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아갈 수 있다. 오히려 저축이 나을 수 있다는 ‘종신보험 무용론’마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저렴한 보험료의 무(저)해지환급형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약 2.5% 내외의 예정이율을 사용해 종신보험을 판매 중이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말한다. 보험사는 예상 수익률이 높으면 보험료를 적게 받아도 되지만 낮으면 더 많이 받아야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다.

예정이율이 25bp 내려갈 때마다 종신보험의 보험료는 5~10% 오른다. 예정이율이 3.5%대였던 2016년만 해도 1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40세 남자가 총 내야할 보험료는 4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내년 예정이율 인하가 이뤄지면 보험료는 최대 8000만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5년 전 종신보험 가입자보다 약 4000만원을 더 주고도 똑같은 보험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 문제를 단순히 보험사를 탓하긴 어렵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을 안전하게 돌려주기 위해 채권에 대부분의 자산을 투자한다. 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수익률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예정이율을 높여 팔 순 없다.

그러나 보험료가 계속 올라도 보험금은 변하지 않는다. 40세 남자가 가입금액 1억원의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80세에 사망했다 가정해보면, 40년 후 1억원의 화폐가치는 예상보다 크게 낮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보험이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소비자에게 금리하락을 이유로 같은 상품을 과거보다 무조건 비싸게 사라고 권유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중소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대신 보험료가 25~30% 저렴한 구조의 무(저)해지환급형 보험 상품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5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시작으로 연이어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이 나왔다. 이제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는 16곳, 무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은 4곳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상품 설계를 오히려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가입 시 주의를 요구하는 소비자경보까지 발령했다. 불완전판매의 중심이란 생각에 ‘상품설계 제한’이란 카드도 꺼내들었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상품은 납입기간이 끝날 때 환급금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 특성을 문제 삼았다. 영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를 상품구조의 문제로 삼은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내년 예정이율 하락에도 올해 기본형을 가입하는 것보다 더 낮은 보험료에서 가입할 수 있다. 무조건 민원형 상품이란 인식으로 바라보기엔 보험소비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이득도 크다”라며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에 대한 보험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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