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상품, 국감 한번에 소비자경보 발령
저축 불판 막으려면 전 기간 환급금 축소뿐

<편집자주>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 논란이다.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험료를 내는 기간에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특성이 민원 다발성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다. 금리가 낮으면 보험료는 필연적으로 오르는데,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은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해결책이 대형 보험사의 입맛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이 문제가 된 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다. 한 국회의원이 “일부 보험사가 무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행태가 은행권의 해외금리 연계 DLF 판매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후 금감원은 ‘소비자경보’ 조치와 함께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구조 자체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금융당국은 이미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상품의 민원 가능성 및 상품의 적정성을 관리해왔다. 지난 2015년 저해지환급형, 무해지환급형 상품이 처음 도입될 당시 금융위원회는 보험업 감독규정을 변경,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다’는 사실을 안내하기 위해 동일한 보장에서 해지환급금을 전액 지급하는 상품(표준형)과 비교하도록 했다. 지난해 일몰된 규정이지만 지금도 보험사들은 표준형과 비교,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에는 무해지환급형이나 저해지환급형이란 단어가 보험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명칭 변경을 권고했다. 이후 무해지환급형은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으로, 저해지환급형은 ‘해지환급금 일부지급형’으로 바뀌었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을 파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문제도 사전에 대비를 마쳤지만, 다시 거론되고 있다. 최근 금감원과 보험사들이 꾸린 무(저)해지환급형 상품 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무해지환급형 상품을 팔지 않는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무해지환급형 보험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은 예정 해지율(계약자들이 보험을 해지할 확률)을 높게 설정할수록 보험료가 저렴해진다. 때문에 보험사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해지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보험사의 예상 해지율보다 실제 해지하는 가입자가 적다면 보험사는 더 많은 책임준비금(부채)를 쌓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지난 4월 금감원은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상품감리를 통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예상 해지율을 산정한 보험사에게 해지율을 재산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보험사마다 보유계약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성향이 다른데 대부분 비슷한 해지율을 베껴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내년 1월부터는 보험사마다 기존보다 보수적인 해지율을 반영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TF에서도 ‘뭐든지 바뀌긴 해야 한다’라는 입장만 정리한 자리였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TF가 납입기간 이후에도 해지환급금이 납입한 돈의 100%를 넘지 못하는 구조로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을 개편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이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이나 치매보험을 납입기간 종료 시 환급금이 급증하는 구조적 특성을 이용해 저축상품처럼 둔갑시켜 판매한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전부 납입한 뒤에도 환급금을 낮게 만들면 보험료도 기존 무(저)해지환급형보다 더 저렴하고, 환급률을 이용한 저축 영업도 불가능해진다. 이미 일부 중소형 보험사에서는 보험료 납입기간을 포함한 전체 보험기간에서 환급금을 적게 주는 저해지환급형 보험상품을 판매 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판매채널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상품 구조로 해결하려면 남은 건 환급률에 대한 조정밖에 없다. 다만 전체 보험기간 동안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적거나 없을 수 있단 것도 민원 가능성은 있다”며 “보험소비자의 선택권이 다양하게 존중되는 측면에서 상품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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