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 12:25 (월)
[기고] 돈 관리, 전문가에게 맡기고 삶의 질 높여야
[기고] 돈 관리, 전문가에게 맡기고 삶의 질 높여야
  • 하영인 기자
  • 승인 2019.11.1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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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한국FPSB 부회장 겸 서민금융연구원장

“여러분 부자 되세요~”

지난 2000년 초반 유명한 TV광고에서 여자 모델이 외치던 말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의 암담했던 터널을 막 빠져나와 재도약을 꿈꾸기 시작하던 시기다. 정부는 그동안 위축됐던 경기를 부양한다는 취지에서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했고 내수 활성화와 세금 투명화를 명분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다.

이에 카드 시장이 커지면서 거리에서 카드발급신청서를 작성하는 광경이 흔해졌고 사람들은 소득 유무를 불문하고 신분증만 있으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그로부터 2년 뒤 약 40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고, 신용카드사는 물론 가계의 신용위험을 최악으로 몰고 간 이른바 ‘카드 대란’의 도화선이 됐다.

사실 사람들은 돈이 많길 바라지만 실제로 목돈이 생기면 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우왕좌왕하다가 돈도 신용도 모두 잃게 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신용카드 역시 돈이 많아진 것 같은 환상을 낳는 점에서 동일하다.

최근 인구의 14%에 달하는 제1차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하고 있는데 30여년의 직장생활에서 퇴직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은 통장으로 들어온 퇴직금을 보고 ‘겁이 난다’는 표현을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큰돈을 생활비 규모로 사용해 본적이 없고 앞으로 이 돈으로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막다른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금융 이해력 수준은 OECD 평균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전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금융 이해력 평균 점수는 62.2점으로 OECD 평균보다 2.7점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 시장과 상품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이해력은 낮다 보니 ‘어떻게든 되겠지’식의 무분별한 소비나 투자 형태가 만연해 가계 재무 상태의 건전성을 하락시키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서비스 공급사이드에서도 존재한다. 최근 DLS(파생결합증권),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나 국내 유명 자산운용사의 펀드환매중단 사태에서 보듯이 그나마 신중한 금융소비자들은 믿을 만한 금융회사를 선택해 돈을 맡겼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판매자조차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모든 면에서 철저한 자기책임주의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자신의 투자와 자산 그리고 노후 및 삶에 대한 자기책임 말이다. 그런데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2분기 가계 동향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55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소득양극화 역시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란 불평등의 심화를 말한다. 이제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이러한 현상을 깨칠 무언가가 시급히 필요한 시점인데 그 해답은 ‘재무설계’가 될 수 있다.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전문가에게 검진을 받는데 돈이 중요하다면서 왜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는가? 학계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과신 경향이 있어 스스로 자산관리를 잘 한다고 여긴다고 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모든 사람들은 행동재무학적 오류를 가지고 있으며 객관적 금융지식 수준도 높지 않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비용효율적면에서 타당하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하루 일과 중 과연 얼마나 금융시장이나 상품에 대해 시간을 할애하는가? 그 급변한다는 영역에 대해 말이다. 이제 자산관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자. 이 방법이야 말로 우리의 삶과 돈이 함께 풍성해지는 유일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한편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그간 금융소비자에 대한 정책방향은 금융 이해력 향상과 정보 불평등 해소라는 측면만 강조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지식이 풍부한 똑똑한 금융소비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계 복지 증진에 그 방점이 있다.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이 필요할 때 상시로 재무설계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이나 금융소비자 대상 교육에서 재무설계의 필요성과 재무설계사 선택 방법 등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재무설계를 소비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실무적인 측면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상품은 상품 가격에 이미 판매수수료가 포함돼 있어 유료 재무설계의 경우 금융소비자는 판매수수료와 상담수수료를 이중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No-load 펀드’와 같은 판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상품들이나 수수료 구조가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출시돼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무설계사들도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보상으로서 상담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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