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예대율 산정 가계대출 가중치 상향
예수금 확대 위해 우량 자산 기관 영업 사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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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새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규제 시행을 앞두고 예수금 확충을 위한 ‘주거래 우량고객’ 모시기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대율 규제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한 것으로, 은행들이 예대율을 100%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내년 1월부터는 예대율 규제가 한층 더 강화돼 적용된다. 새 예대율 규제는 기존 예대율 기준보다 가계대출 가중치가 15% 상향, 기업대출 가중치는 15%로 하향되는 게 핵심이다.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의 예대율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새 예대율 산정 가중치 적용 시 대부분 은행의 예대율이 100%를 웃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KEB하나은행 101.5%, 신한은행 100%, 우리은행 99.3%를 나타냈으며 상대적으로 개인 고객이 많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03%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내년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예대율 초과 여부를 민감하게 신경쓰고 있다. 예대율 규제를 지키지 못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취급 제한 등의 제재를 받아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대율을 관리하기 위해 분자인 대출금 증가 속도를 줄이는 한편, 분모에 해당하는 예수금 확보에 애쓰고 있다.

시중은행 중 예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KB국민은행은 공공기관, 대학 등 대형기관 유치를 위해 올해 기관영업본부를 독립본부로 격상시켜 활발한 영업활동을 전개 중이다.

그 결과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연 21조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자체 금고 열쇠를 손에 넣기 위한 재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9년 은행권 상반기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지방자치단체·대학·병원 등에 은행 중 가장 많은 총 600여억 원의 출연금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 규모는 1조1419억원으로, 순익의 5.3%를 출연금으로 사용했다.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운영권자로 선정되기 위해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출연금을 약정하며, 출연금 액수는 운영권 입찰 계약 과정에 중요한 요소로 반영된다.

지난해 5월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 운영권을 따낸 신한은행은 당시 서울시에 3000억원 규모의 출연금 지급을 제시했다. 100년 넘게 시금고를 운영해 온 우리은행이 제시한 1000억원대의 출연금보다 3배 많은 규모다.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을 둘러싼 은행 간 대결도 치열하다.

법원 공탁금 시장은 기존 은행이 ‘적격성’ 심사만 통과하면 재지정되는 게 그동안 관례였으나, 이는 한 은행만 군림하게 하는 불합리한 방안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7년부터 법원 공탁금 보관 은행 경쟁 입찰을 시범 도입했다. 재지정 시기가 다가온 권역마다 한 곳의 법원만 경쟁 입찰을 붙이는 방식이다.

올해 부산·영남권에선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대상이다. 1988년부터 32년째 신한은행이 맡아 왔던 곳이다. 공탁금 규모는 1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향후 추진될 입찰 경쟁에 유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고 지자체 금고 쟁탈전과 달리 출연금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눈독 들이는 은행이 많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공탁금 보관은행 입찰 경쟁에는 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이 모두 참가했으며, 법원행정처는 참가 은행들의 프레젠테이션 결과 등을 종합해 내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새 규제에 맞춰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선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게 중요하지만, 확실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예대율 분모인 예수금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며 “기관 고객은 개인 고객보다 자산 규모 면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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