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 운영 중
국세청, 각 카드사에 시스템 구축비 2억여원 지급
카드사 청구액보다 현저히 적어 “비용 전가” 논란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 흐름도. (표=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카드사가 올해부터 시행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이 일부 비용을 불합리하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란 유흥주점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소비자가 그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카드사가 업자에게 지급하는 결제대금에서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해 국세청에 납부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10을 지난 2017년 말 신설하고 1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초부터 도입됐다. 카드사는 유흥주점업자에 대한 정보를 국세청과 실시간으로 교환하고 부가가치세를 산정·납부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위원회의 2020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이 책정한 내년 예산안은 올해 예산 40억8200만원에서 반토막 난 20억1100만원이다.

올해 예산의 경우 카드사에 대한 보조금으로 ‘시스템 구축비용’과 전산시스템 운영, 세무회계 및 유흥 주점업자에 대한 민원처리 등 ‘제도 운영비용’이 각각 20억5600만원, 19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에서도 실제 국세청이 올해 8개 카드사에 지급한 시스템 구축비용은 총 19억3600만원으로 각사 평균 2억여원이 돌아갔다. 카드사별 자체 개발 또는 외주화 등 기준이 달랐지만, 이는 카드사가 청구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예산상의 제약을 고려해 카드사와 협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급금액에 대해 카드사와 국세청 간 충분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예산범위 내에서 지급한 결과 시스템 구축비용 부담이 민간 카드사에 일부 전가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10 제6항도 ‘국세청장은 예산 범위에서 신용카드업자에게 제1항에 따른 납부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에서 ‘국세청장은 신용카드업자에게 제1항에 따른 납부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로 수정한 바 있다. 이를 변경한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측은 “올해 비용 협의 횟수가 4차례에 불과해 협의가 적극적으로 수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세청은 카드사와 내년도 운영비용 협의 시 민원대응 고충, 인건비 상승 등에 관한 카드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예산의 적정소요를 산출하고 보조금을 적시에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올해 카드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지연된 것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카드사는 지난해 말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해당 비용을 올해 9월 27일에 받을 수 있었다. 운영비용도 10월 31일에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 측은 “작년에 시스템 구축 방안을 먼저 협의하고 올해부터 비용 협의를 추진했으나 카드사별로 전산시스템이 달라 비용청구 항목 범위, 금액산정 기준 등 시스템 구축비용을 협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운영비용도 시스템 구축비용이 정리된 후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비용에 대한 협의가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제도 운영비용에 대한 보조금 지급까지 뒤로 미룰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드업계에서는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처음 논의 당시에는 비용 보전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세청이 사기업을 공적인 인프라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결국 민간 기업인 카드사들은 정부의 갑질 아닌 갑질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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