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파격 노출 통해 전 연령층 향한 금융영업 적극 나서
온몸 던져 리더십 보여준 구석기 벽화 속 지도자에 숙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프랑스 트루아 프레르 동굴의 여러 벽화 중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그림이 하나 있다. 짐승의 가죽을 쓰고 있는 듯한데 근육은 뚜렷하다.

학자들에 따라 해석은 다르지만, 수사슴의 뿔을 쓰고 올빼미의 눈을 하고 있으며 몸은 사자의 것을 취하고 있지만 다리는 사람의 것이다. 게다가 발은 비트를 타듯 리듬이 담겨 있고 앞으로 내밀고 있는 손은 곰의 앞발 같기도 하다.

동굴의 입구에서 이 그림이 그려진 곳까지 들어가려면 파이프처럼 생긴 통로를 45~70미터쯤 기어서 들어가야 한다. 마치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는 폐소공포증을 느낄 수도 있는 길을 어렵게 들어가서 맞이하는 공간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에 따르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처럼 온갖 동물들이 득실대고 있다. 그런 장소에서 타악기의 박자에 맞춰 발끝에 리듬을 담아 춤을 추고 있는 마법사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 마법사는 술을 몇 잔 걸친 듯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면서 시선은 정면에 있는 우리를 향한다. 올빼미의 눈은 초점을 잃지 않으려는 듯 끝없이 정면에 있는 당신의 얼굴에 맞추고 있다.

아직 양조의 비밀을 밝히지 못했던 시절, 자연에서 얻은 발효주(과일 및 벌꿀 등) 몇 잔은 흥을 넘어 황홀경에 빠지게 할 수는 있었으리라. 그렇게 춤을 추다 마치 내가 그를 불렀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마법사.

이 마법사는 보통의 벽화와 다르게 바위에 새겨진 뒤 채색돼 있다. 돋을새김해서 윤곽을 더욱 또렷하게 부각하려 한 것 같다. 칠흑 같은 어두운 공간에 횃불을 비추면 다른 벽화와 달리 입체감이 선명했으리라. 그렇다면 그가 우리를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마법사의 공간에 들어간 구석기인은 아마도 성년식을 준비하는 사내아이들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최고의 가치는 부족원으로서 사냥과 전쟁 등에서 용맹을 떨쳐야 하는 용기에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마법사는 통과의례를 주재하면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일종의 자격시험이다.

인근의 또 다른 동굴(라스코)에도 여러 종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중 하나가 ‘들소사냥’이다. 들소는 창에 찔려 내장이 쏟아지고 있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고개 돌려 처연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새의 탈을 쓴 사람이 누워있다. 소는 죽어가고 있고 사람은 지휘봉을 놓고 그 앞에 죽은 척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린 사람은 죽은 척하는 주술사 자신일 수도 있고, 그 장면을 목격하고 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일 수도 있다.

이때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사냥은 부족의 삶을 위해 불가피한 행위이지만 죽어가는 들소가 괴로워하며 내는 울음소리는 안타깝기만 했을 것이다. 요즘의 학자들은 이 그림을 들소의 영혼을 치유하는 제의적 성격을 담은 그림이라고 말한다.

들소의 영혼을 달래면서, 더 많은 들소사냥의 의미를 담았을 것이고, 부족의 번성도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들소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보면 그 괴로움에 대해 화가도 강하게 동감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때 술이 있었다면 그리는 내내 그 화가(혹은 주술사)는 같이 슬퍼하기 위해 술을 마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석기인들이 남긴 두 개의 동굴벽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앞서 설명한 마법사는 성년식이라는 통과의례를 위한 것이라면 들소사냥은 사냥을 나서는, 혹은 사냥에 성공한 부족원들이 사냥에 대한 성공 혹은 감사의 뜻을 담은 그림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당대의 마법사나 주술사는 모두 지도자였다. 제정일치의 사회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리더가 춤을 추기도 하고 죽은 척하기도 한다. 이유는 부족의 안녕과 번성에 있다.

최근 은행장들이 유튜브 방송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유튜브에 익숙해지면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은행장들이 직접 참여해서 생산해내고 있다.

앞치마를 입고 셰프와 함께 요리를 소개하기도 하고,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인 브이로그로 자신의 일상을 남기는 은행장까지 등장했다. 보수적인 은행권이지만 디지털이라는 플랫폼 앞 에서 파격 행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자신을 던져 리더십을 유지한 구석기 시대의 동굴 속 리더들보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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