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은행 도덕적 해이에 부실률↑ 우려
“제도권 밖 밀려난 취약계층 보호 필요”

햇살론17 포스터. (이미지= 금융위원회)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정책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7’에 대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출시된 햇살론17은 20% 이상 고금리대출을 이용 중인 이들이 17.9%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성실 상환 시 매년 1~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해주며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이 4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이 6~10등급인 최저신용자가 이용할 수 있다.

햇살론17은 고금리 대안상품으로서 기존 고금리대출 취급기관인 2금융권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정책이다. 2금융권에서는 햇살론17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권 밖의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4등급 고객도 대출 여부가 간당간당한데 7~9등급 고객한테 17%대 금리를 적용해주라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말 구제가 필요한 사람은 2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사채까지 손 벌리는 이들이다. 불법사금융 적발사례를 보면 400~500%대 이자는 기본이고 심하게는 3000% 금리를 챙긴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은 취지는 좋지만, 진짜 필요한 사람한테 도움 될지는 더 들여다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햇살론17이 100% 정부 보증대출로 이뤄져 취급은행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부실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햇살론17 공급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햇살론17은 매월 1000억원씩 공급되면서 현재 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공급목표를 연내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도 5000억원을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금융연구원 구정한 선임연구위원은 “햇살론17은 100% 정부 보증대출로 취급은행이 차주의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햇살론17 보증비율 조정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햇살론17의 취급기관을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으로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고금리 영업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는 “서민금융기관의 서민금융기능 활성화를 위해 햇살론17 취급기관을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서민금융기관이 햇살론17 이용 고객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햇살론17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민금융기관이 햇살론17을 더 많이 취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는 ‘가계부채 총량규제책’에 서민금융상품 또한 포함되기 때문에 2금융권에서는 이미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의 취급을 줄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햇살론17을 저축은행, 상호금융까지 확대 시행하려면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시중은행은 정부가 보존해주니 리스크가 없고 평소 대출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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