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4 15:05 (토)
정부 지분 있어도 낙하산 은행장은 이젠 ‘적폐’
정부 지분 있어도 낙하산 은행장은 이젠 ‘적폐’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12.02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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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내부 승진 IBK기업은행, 기재부 관료 은행장설 난무
4차산업혁명, 치열하게 준비한 은행 내부 인사 더 잘 알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낙하산이 위력을 발휘한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독일이 프랑스를 공격하기 위해 벨기에와 네덜란드로 우회해서 침공했을 당시, 이러한 방식의 군사전략을 이해하지 못했던 프랑스는 속수무책으로 독일군의 전격전에 휘말리고 만다.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파리의 안위까지 걱정해야 했을 정도로 공격의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낙하산부대, 즉 공수부대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급증하고 주요한 군사적 자원으로 자리하게 된다. 재래식 무기를 이용하는 전쟁에선 여전히 파괴력을 갖는 군사전략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사적으로 파격적이며 공격적인 이미지의 낙하산이 ‘인사’와 만나면 전혀 새로운, 그러면서도 부정적 의미를 물씬 풍기는 단어가 되고 만다. 기존 절차와 규칙을 무시한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기 때문이다. 기존 조직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 ‘떨어져 내리는 우산’이 돼 조직을 장악하면, 기존 조직과의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정치권과 공기업 등에서 자주 이뤄지는 낙하산 공천이나 낙하산 인사 때문에 더욱 부정적 이미지는 강화됐다.

물론 낙하산은 내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낙하산의 기능은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이거나 위기에 봉착해 더 큰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병목현상이 있거나 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에 활력이 필요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 능력을 지닌 리더를 외부에서 불러 위기에 대응할 때가 그런 경우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조직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를 은행업계 혹은 해당 은행의 위기 국면이라고 규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IBK기업은행의 차기 은행장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의 김도진 은행장의 3년은 물론, 지난 9년간 내부 승진으로 수장이 됐던 은행장들의 업적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리딩 경쟁을 펼치는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순항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엔 오히려 정부 지분이 없었다면 연임론까지도 나올 법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현 정부 들어서 첫 행장추천위원회라는 점에서 고려할 점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3연속 내부 승진으로 은행장이 선임되었다는 점도 충분히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그런데 3연속 내부 승진이 꼭 외부 낙하산 인사를 모셔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현 정부 들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첫 번째 기업은행장이라는 것도 외부 인사 추천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한 달 남짓 남은 행추위 기간, 거론될 인물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물론 이들이 와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 은행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고위공무원들의 낙하산을 오랜 기간 당연시 해왔다고 관행이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매번 낙하산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었는데, 이유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리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노조의 관점이 항시 옳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분이 있다고 해서 고위공무원 출신의 인사가 은행장으로 바람직하다고도 말할 수 없다.

은행은 경제의 혈맥이다. 자원의 분배가 이뤄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수립한 거시경제 전략에 대한 은행의 책무는 막대하다. 재정금융 분야에서의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낙하산으로 기획재정부 출신의 관료가 은행장으로 와야 하는 이유는 못 된다.

이런 경우, 우리는 오히려 적폐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졌던 크고 작은 적폐에 대해 조금은 민감해져야 한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인사라면 물론 시위소찬(尸位素餐)은 아닐 것이다. 금융재정 정책을 결정해 온 엘리트들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현재의 금융은 밑바닥부터 혁명을 치르고 있다. 정보기술은 단순히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문법을 규정하고 있는 상부구조가 된지 오래다.

또한 고객과 만나는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한다. 한마디로 ‘아메바’ 같은 환경이다. 내일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는 그런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영역에서 각종 전투를 치열하게 치른 사람이다.

물론 금융의 공공성 등의 문제는 제기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만의 공공성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라고 마련된 기관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니 그 일은 그곳에 맡기면 된다. 그리고 스스로 해당 업무의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라면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피할 순 있겠지만, 형식이 낙하산이라면 이런 형태의 인사에 대해서도 이젠 부끄러움을 느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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