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대표유형 6건엔 40~80% 배상비율 책정
대책위 "예상 하한선은 50%...소송 여부 고민 중"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안소윤 기자)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안소윤 기자)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으로 투자손실을 본 투자자 중 은행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확인된 건수를 전제로 최소 20%, 최대 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그동안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의 경우 영업점 직원의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결정해 왔으나, 이번 DLF 분쟁조정은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및 심각한 대무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초래한 점이 최초로 배상비율에 반영됐다.

그러나 DLF사태 피해자들은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과 손실을 본 투자자에 같은 20%의 기본 책임 비중이 책정된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최근 대규모 투자자 원금손실을 일으킨 DLF 사태와 관련해 부의된 대표사례 6건을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했다.

해당 6건은 현재 금감원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276건을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나눈 것이다. 나머지 사례들은 이들 6가지 사례에서 나타난 배상 기준에 따라 판매 금융사와 투자자 간 자율조정을 한다.

분조위는 대표사례에서 투자자정보를 먼저 확인한 후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DLF 가입이 결정되면 은행 직원이 서류상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 등으로 임의 작성 하거나, 초고위험상품을 권유하면서도 ‘손실확률 0%’, ‘안전한 상품’ 등으로 강조할 뿐 ‘원금전액 손실 가능성’ 등의 투자위험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정황을 발견했다.

특히 상품의 출시 및 판매과정 전반의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영업점 직원의 대규모 불완전판매를 초래해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분조위는 손해배상비율 산정 기준으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선 기존 분쟁조정 사례(동양 CP·회사채 불완전판매, KT ENS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등)와 같은 30%를 적용하되, 부당권유가 인정되는 경우 10%를 가산한 40%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은행 본점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20%)’을 배상비율에 반영하고, ‘초고위험상품 특성(5%)’도 고려해 25%를 가산하기로 했다.

여기에 은행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 자기책임사유를 케이스 별로 가감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키로 했다.

은행 가중 사유는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설명을 소홀히 한 경우, 모니터링콜에서 ‘부적합 판매’로 판정됐음에도 재설명하지 않은 경우 등이며 투자자 감경사유는 금융투자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거래금액이 큰 경우 등이다.

가중사유와 감경사유까지 반영해 산정될 수 있는 배상비율은 최소 20%에서 최대 80%다. 분분조위가 배상비율 하한선을 정한 것은 최초이며, 상한선의 경우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분조위에 부의된 대표유형 6건의 경우 40~80% 수준의 배상비율이 책정됐다.

금감원 분쟁조정2국 김상대 국장은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에게 불완전판매한 행위에 대해서는 은행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 보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80%로 배상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례 등에 따라 투자자별로 과거 투자경험, 거래규모를 반영하는 등 투자자 자기책임원칙도 균형있게 고려해 분조위 최초로 배상비율 하한선 20%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분조위 판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배상비율 하한선이 20%, 상한선이 80%인 것은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과 사기를 당한 입장인 피해자들에게 같은 20%의 기본 책임비중을 둔 셈. 젊다고, 혹은 투자금액이 크다고 배상을 감경하는건 불합리하다”며 “당초 대책위가 기대했던 배상비율은 나이, 거래금액 등 감경사유를 다 따져도 최소 50%였다. 최대 배상비율로는 90%를 예상했는데 기대치보다 못한 분조위 결정에 참담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별 기초자산과 판매 시기에 따라 불완전판매 경중이 다른데 상품별 조정안이 아닌 DLF 사태를 뭉뚱그린 배상비율 산정 기준은 불합리하다고 본다. 또 80%라는 최고 배상비율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인데, 그 이하로 조정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본다”며 “대책위는 현재 분조위 결과를 받아들일지, 소송으로 갈지 회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분조위 조정안은 신청자와 은행이 20일 이내 수락하는 경우 성립된다. 조정안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된다.

단 신청자가 별도의 소송을 따로 진행하는 경우는 분조위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투자자들은 1심 판결이 나기 전 취하해야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