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상품설명서 가독성 떨어져…소비자 상품 이해도↓
불완전판매 우려 불식 위해 개념설명 방식 재구성해야

한 시중은행의 영업창구. 위 사진은 아래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의 영업창구. 위 사진은 아래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효과적인 관리와 연체율 등 가계대출 판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소비자의 상품 위험성 이해도 향상을 통한 수요 조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은행에서 대출상품 판매 시 위험성을 안내하는 설명서를 제공하고 있으나, 해당 설명서는 긴 문장과 어려운 용어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소비자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며 이는 과다채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핵심상품설명서의 재도입 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상품설명서가 대출 계약 체결 후 이용자들의 상품 이해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실험참가자들의 평균 이해도가 100점 만점 중 62.7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핵심상품설명서는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 것으로, 지난 2007년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성 등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 제고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2015년 서류 간소화를 명분으로 폐지됐고, 지난 1월 은행 상품설명서 체계가 개편되면서 가계대출 관련 핵심상품설명서가 다시 도입된 바 있다.

연구원은 이번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을 ▲여신거래 기본약관과 가계대출 상품설명서만 받은 통제그룹 ▲현행 핵심상품설명서를 추가로 받은 처치그룹 ▲현행 핵심상품설명서 대신 연구자들이 새로 고안한 핵심상품설명서를 추가로 받은 처치그룹 등 3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출상품에 대한 피실험자들의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낮았으며, 현행 핵심상품설명서를 추가로 제공한 그룹에서도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상품 중 가장 단순한 상품 중 하나인 대출상품에 대해서도 은행원의 설명과 각종 자료의 제시에도 불구 소비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각 문항별 정답률을 비교한 결과 상품설명서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연체 이자율, 연체정보 유지기간, 대출계약 철회 조건 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게 나타나는 등 동일한 사안에도 사람들의 해석이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틀짜기 효과’가 발생했다.

반면 연구원에서 새로 고안한 핵심상품설명서를 사용한 그룹에서는 대출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14.6% 높아졌다. 새로운 핵심상품설명서는 연구원이 해외 주요국의 금융상품설명서 작성지침 및 연구사례를 참고해 그림과 도표를 적극 활용하면서 대출과 관련된 개념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형태가 반영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인지 향상을 위해 재도입한 기존의 핵심상품설명서는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며 “주요 개념에 대한 그림, 도표, 키워드 위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핵심상품설명서와 같은 문장 위주 구성은 소비자가 처음부터 읽지 않는 경향이 있어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대출상품 핵심상품설명서뿐만 아니라 최근 개편을 논의 중인 금융투자, 보험 관련 상품설명서도 행태실험을 적절히 활용한 개선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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