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기초자산·손실배수 1이하 공모 ELF 한정
은성수 “DLF로 은행 신뢰 실추…전화위복 삼아야”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첫번째)기 1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첫번째)기 1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당국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종합 대책’에서 은행의 신탁판매 제한 항목을 조건부 완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비(非)은행 부문 성장을 위해 신탁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왔던 은행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12일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의 최종안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내용과 관련 업계 반발이 거세자 2주 동안 업계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기존 개선방안에서 가장 논란에 됐던 부분은 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등 신탁상품 판매 제한이다.

신탁은 고객이 돈과 현물,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위임하면 이를 운용, 관리해 수익을 돌려주고 고객 요구에 따라 상속, 증여 같은 사후 처리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은행은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탁 운용액의 연 0.1~1%를 수수료로 받으며 비이자 수익을 올린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 심화로 기존 주 수익원이었던 이자 마진 축소가 불가피해지고 비은행 부문 강화가 중요 과제로 부상하자 신탁을 핵심 동력으로 여기고 관련 사업을 빠르게 키워왔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총 신탁 수탁액은 286조5000억원으로, 지난 2017년 말 기준 232조3000억원에서 15개월 만에 23.3% 급증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대책에서 신탁을 고위험상품으로 정의하면서 은행권엔 당혹감이 퍼졌고, 해당 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개선방안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먼저 기존에 이미 판매한 대표적인 지수에 한정해 신탁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감독·검사 및 판매규제 강화를 전제로 수용했다.

판매 허용 대상 신탁상품은 기초자산이 주가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됐으며, 손실배수 1 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ELF다.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는 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 등 5개 대표지수로 한정하며 ELT 판매량은 지난달 말 잔액(37조∼40조원) 이내로 제한된다.

은행들은 해당 신탁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만큼 DLF 대책을 통해 발표된 투자자 보호장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신탁 편입자산에 대한 투자권유 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의 신탁 등 고위험상품 판매 실태와 관련해 내년 중 테마검사를 실시하고, 신탁재산 운용방법 변경 시 신탁 편입자산에 대한 투자권유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적용, 신탁에 편입되는 고난도상품(공모)에 대한 투자설명서 교부 의무화 등 판매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 발표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에게 “DLF 사태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실추됐으나, 이를 변화와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몇년간 은행권의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으로서의 은행의 역할 및 공공성을 띤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균형 있게 수행해나가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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