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종합 판매상 만들자 지역양조장 새로운 활로 찾아
김인용 대표 “무형문화재 등 명인주 판매도 같이 늘었다”

올초 국세청의 주류관련 고시가 개정되면서 직매장을 가진 양조장에서의 타사 주류의 인터넷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곳이 ‘전통주 종합 판매상’ 사진은 올 4월경 영업을 시작한 ‘술팜’의 웹페이지 갈무리
올초 국세청의 주류관련 고시가 개정되면서 직매장을 가진 양조장에서의 타사 주류의 인터넷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곳이 ‘전통주 종합 판매상’ 사진은 올 4월경 영업을 시작한 ‘술팜’의 웹페이지 갈무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금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그리고 5일 장터는 대개 목 좋은 곳에 모여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 아니면 잦아져서 들어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가 아닌 지역에선 이런 곳에 술도가 하나쯤은 자리하게 마련이다. 물론 산업화 이전의 대도시도 상황은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급격한 산업화와 빠른 경제성장은 길목 좋은 곳에 자리했던 양조장의 운명도 바꿔놓았다. 소득이 늘면서 술 소비패턴이 변했고, 심지어 막걸리 소비 인구마저 반토막 나면서 비도시 지역의 양조장은 등 떠밀리듯, 급하게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술 익는 냄새만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고, 그래서 울타리를 치지 않았던 양조장의 호시절은 이제 가고 없는 것이다.

그런 막걸리 업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동네에서 찾아오던 술손님만 기다리던 양조장들이 인터넷 등 통신판매가 가능해지자 전국의 애주가를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물론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분류되는 전통주에 대한 통신판매는 지난 2016년을 전후해서 가능해졌다.

하지만 마케팅 및 인터넷 홍보 등에 여력을 갖지 못한 양조장들엔 그림의 떡이었다. 게다가 안동소주와 한산소곡주 등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일부 주류를 중심으로 인터넷 판매시장에 편중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게 됐다.

이랬던 시장에 변화가 불기 시작한 것은 올 초 국세청의 주류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부터다. 양조면허를 가진 술도가의 직매장에서 타사의 민속주 및 지역특산주를 통신 판매할 수 있도록 올 3월 고시를 바꿨다. 한마디로 인터넷을 통한 ‘종합 전통주 판매상’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올 4월경 출발한 사이트가 술팜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통주를 유통하고 있는 고성주류와 전남 장성에 위치한 청산녹수 양조장이 손을 잡고 ‘종합 전통주 판매점’을 인터넷에 연 것이다. 술팜의 김인용 대표는 고성주류의 대표이자 청산녹수의 이사이기도 하다.

술팜의 김인용 대표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전남 장성 소재 청산녹수의 직매장을 운영하면서 전통주를 포함 700여종의 유통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전국에서 생산된 술들을 저온보관하고 있는 창고 안에 있는 전통주들이다. (사진 제공=고성주류)
술팜의 김인용 대표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전남 장성 소재 청산녹수의 직매장을 운영하면서 전통주를 포함 700여종의 유통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전국에서 생산된 술들을 저온보관하고 있는 창고 안에 있는 전통주들이다. (사진 제공=고성주류)

김인용 대표의 고성주류에서 유통하고 있는 술은 전통주 500여종을 포함해 약 700여종에 달한다.

이중 김 대표는 현재까지 300여종의 전통주를 술팜 사이트에 등재하고 인터넷을 통한 통신판매를 하고 있는데, 월평균 매출 증가추세가 30% 정도라고 한다. 불과 몇 달 전에 시작한 통신판매인데 올 12월 예상 매출이 1억20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술팜 사이트의 등장 이후 전통주 통신판매 시장에 일어난 변화는 혼술족과 새로운 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고객층이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식품명인이나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나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술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 유통망을 갖지 못한 규모가 작은 양조장의 막걸리와 청주, 약주는 물론 소주까지 인터넷 판매를 하게 되면서 이들 양조장의 판로가 확대되는 효과도 나왔다.

현재 술팜을 통해 유통되는 민속주 중 새롭게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술들은 대구의 하향주, 문경의 호산춘, 그리고 보은의 송로주 및 정읍의 죽력고 등 1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술팜을 통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주류는 대중적인 막걸리다. 그중에서도 가성비가 있으면서 지역의 특색을 잘 반영한 술들이다. 예컨대 제주의 우도땅콩막걸리나, 전남 고흥의 유자막걸리, 담양 대대포와 공주의 알밤막걸리 등은 모두 지역의 특산품을 부재료로 사용하고 있고, 가격도 저렴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올해 불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들의 상승세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특히 지역의 쌀을 이용하면서 감미료를 넣지 않고 저온 숙성한 술들이 4000원에서 6000원 사이의 가격대로 다수 출시되면서 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술팜 김인용 대표는 “궁극적으로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 촉진을 위해 전통주 지원사업을 지자체에서 많이 펼치고 있다”며 “더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선 축제 등의 일회성 행사보다는 온라인에서의 고객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병의 디자인이나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포장 패키지 등의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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