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1년 경과에도 아직 서비스 준비 단계
핀테크 제휴에 수요 몰리고 자체 구축에 ‘난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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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해외송금 문호가 열린지 1년이 넘었지만, 증권사들이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투자 대비 효용을 보기 위해선 업계가 공동 대응하거나 이미 시스템을 구축한 핀테크 업체와 손을 잡는 방안이 꼽히는데 이를 주도할 협회의 움직임이 없고,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는 방식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은 한패스에 해외송금 사업 제휴 요청을 보냈으나, 한패스의 개발 일정에 밀려 대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협업 방식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패스는 전 세계 200여개국 55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다.

해외송금은 원래 은행을 거쳐야 했으나 정부가 지난해 9월 외국환 거래 규정을 개정해 올해부터 증권·카드사에서도 건당 3000달러, 연간 3만달러 이하는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5월 외국환거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편의를 제고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해외송금 한도를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은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은 아니지만, 고객편의 확보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사업 추진을 고려 중이다. 증권계좌를 주계좌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해외송금을 위해 증권계좌에 있는 돈을 은행 계좌로 보낸 뒤 해외로 송금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투자협회는 투자 대비 효용을 높이기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해외송금 업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블록체인 해외송금 업체 코인원트랜스퍼와 공동 블록체인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몇몇 증권사에서 블록체인 송금 방식에 대해 불만을 보였고, 현재 TF는 사실상 무산됐다.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면 자금세탁방지(AML) 전산체계 고도화, 송금 국가(네트워크) 확보 등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수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이미 시스템을 구축한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과 손을 잡고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 서비스를 이식하는 방식을 해외송금 서비스 출시를 위한 차선책으로 꼽는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제휴를 원하는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가 한패스 한 곳으로 수요가 몰려 난처한 상황이다. 한패스 관계자는 "현재 해외송금 사업 제휴를 제안하는 증권사들이 몇 군데 있으나, 개발 공수가 몰려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제휴 타진 시기를 확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송금 서비스를 정식 개시한 곳은 미래에셋대우 한 곳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8월 말 한패스와 제휴해 MTS를 통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오픈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제휴 방식이 아닌 자체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외국환전산망 구축 및 외환거래 전문 인력 충원부터 실질적인 개발 단계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송금 업무는 증권 계좌를 주 계좌로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증권사들이 최대한 비용을 절약하면서 사업을 영위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업 비용은 최대한 절감하는 쪽으로 낮은 수준의 송금 수수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해외송금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기 위해선, 비대면 계좌개설 등 추가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송금 시장의 대부분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용도다. 증권사는 은행보다 영업지점 규모가 작아, 비대면 계좌 개설이 어려운 외국인들을 두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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