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마케팅…인터넷銀 고객 유입 파죽지세
시중銀 “마케팅 승부수보단 서비스 강화로 대응”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인터넷은행이 은행 산업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점점 커지면서 일반 시중은행들이 좌불안석이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 도입으로 무한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작은 덩치로 겁 없이 혁신을 시도하는 인터넷은행의 기세가 무서우면서도, 신규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견제구를 날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토스뱅크’가 오는 2021년 7월 출범을 목표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우선 공식 준비법인인 ‘한국 토스은행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고, 본인가를 위한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토스뱅크의 자본금은 2500억원(무의결권부 우선주 625억원 포함)이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은 토스뱅크의 가세로 국내 금융권은 ‘인터넷은행 삼국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소비자들이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기존 금융시장에서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쥐게 된 셈이다.

인터넷은행의 파죽지세에 위기감을 느낀 시중은행들은 부랴부랴 모바일·비대면 채널 서비스를 강화하면서도, 고객 전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태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자산 규모 면에서 현저히 밀리는 인터넷은행 성장을 대비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는 건 섣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레드오션 상태였던 국내 은행 시장이 각종 핀테크 기술 도입으로 더욱 치열한 무한경쟁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나, 인터넷은행 등 신규 경쟁자의 고객 유입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견제는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덩치가 작은 인터넷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혁신 시도와 특판 이벤트를 추진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규모의 고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면서 인터넷은행에 준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엔 감당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은 신상품 홍보와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수신상품 ‘저금통’ 출시를 기념해 지난 10일부터 2주간 상품에 가입한 모든 고객에게 최대 999원의 축하금을 바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했고, 이 상품은 출시 8일만에 약 80만좌 발급됐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슷한 형태의 상품이 10만좌 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또 토스뱅크의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토스’는 지난해말부터 올해 12월 13일까지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송금지원금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이벤트는 토스 이용자가 자신의 주소록에 있는 지인들에게 최대 9만원까지 무료로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송금액은 1원부터 2000원 이상까지 무작위로 선정되는데, 비회원의 경우 기존 회원보다 높은 금액을 받을 확률이 높아 신규 가입자 모집 효과와 활성유저 증대에 톡톡한 효과를 일으켰다.

그 결과 토스 이용자는 이달 기준 1600만명에 이르렀으며,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사업계획 브리핑에서 방대한 토스 고객군을 기반으로 한 포용과 혁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많은 고객들이 무서운 속도로 유입되고 있긴 하나, 시중은행과 비교해 인터넷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제공 영역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중은행이 불편해서 인터넷은행을 찾는 일이 없도록 디지털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수준으로 대응하면서도, 전통 금융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행보를 지속해 시중은행의 사업 영위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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