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보험중개 한만영 대표

“보험중개업(브로커)은 화재나 해상사고 등 재난사태에 대한 민간 부문에서의 사회안전망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나 반월공단 화재 등은 소화설비 미작동이 원인이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보험에 재가입할 때 건물, 공장의 화재예방설비 검사만 있었더라도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외에서는 활성화된 일이지만 국내는 브로커의 위험관리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안타깝습니다” 

서울 종로구 타워8 빌딩에 위치한 히스보험중개(HIS, Hankook Insurance Services) 본사에서 만난 한만영 대표<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히스는 지난 2006년 영국계 보험중개법인인 히스램버트코리아를 인수, 순수 국내자본으로 만들어진 중개법인(브로커)다.

한 대표는 인수 당시 4억원의 매출(중개수수료)을 올리던 회사를 지난해 기준 200억원으로 성장시켰다. 국내 중개업시장에서 글로벌 브로커인 마쉬(Marsh)·에이온(Aon) 등과 경쟁하며, 과거 글로벌 중개법인이 90% 이상 차지하던 국내시장에서 토종 브로커의 입지를 크게 넓혔다.

브로커는 보험사의 모집채널 중 하나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독립보험대리점(GA)과 자주 비교된다. 그러나 대상 고객이 개인이 아닌 기업이고, 단순히 보험을 판매해 수수료만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 설비, 발전소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분석하고 각 사업 활동에 맞는 보험을 직접 설계해준다.

한 대표는 “태양광발전소를 예로 들면, 사업주는 화재 발생에 따른 배상책임과 휴지손실을 걱정할 것이고 대주단은 생산량이 저조해질 경우 생기는 투자 원리금 손실을 우려할 것”이라며 “브로커는 이러한 위험을 직접 평가하고 계산해 최적의 보험사를 찾아준다. 어려운 약관을 두고 보험사와 보험금 분쟁이 생겼을 때 기업 편에서 해결한다.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브로커가 보험시장에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중개법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기업의 사업 활동에 전문화된 위험의 분석·평가를 제공하는 RM(Risk management)팀과 △해외 진출한 국내 기업에 보험가입을 돕고, 위험관리를 해주는 KIA(Korea Interest Abroad)팀을 신설했다.

RM팀은 보험료 저가수주 경쟁으로 흘러가는 기업성보험 시장에서 위험관리서비스의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데, 보험사는 업종이나 보험료 수준만 보고 제대로 된 리스크조사 없이 보험에 가입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직접 조사를 나가더라도 보험가입 가능 여부에 집중할 뿐이다.

한 대표는 “기업성보험의 특징은 1년마다 보험을 갱신해야 하는데 있다. 재가입 시점마다 중개법인 내 위험관리자들이 현장에 파견 나가 위험요소를 점검만 해도 각종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라며 “브로커의 위험관리서비스 확대는 국가가 전부 담당하기 어려운 재난관리를 민간에서 담당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KIA팀은 해외에 새 보험시장을 개척하는 조직이다. 세계 각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게 본사 기준의 ‘통합 보험증권(Global Master Policy)’을 만들어주고, 해외 재보험사로 유출되는 보험료 수입을 국내 보험·재보험사에 중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한 대표는 “일례로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는 해외진출 시 본사의 글로벌 위험관리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현지기업에 맞는 통합 보험증권을 만든다. 본사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해외진출 시 발생할 위험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라며 “해외사업에 대한 위험을 하나의 보험증권으로 묶으면 보험료도 절감된다. 이는 해외 글로벌기업들의 공통적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 보험증권을 만들기 위해선 현지 조사가 필수”라며 “보험이란 게 국가마다 정한 의무보험이 있고,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있다. 브로커는 기업의 해외사업 활동에서 발생할 위험과 해당 국가의 보험업 규정을 파악해 통합 보험증권을 만들어준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KIA팀의 역할이 커질수록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현지 보험사는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위험에 대해선 다른 보험사에 재보험을 준다. 해외 진출한 기업의 보험을 국내 브로커가 맡는다면 해외의 보험물건을 재보험을 통해 국내 보험사로 가져오는 국부유입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보험사들은 오래전부터 브로커를 통해 하고 있는 방식인데, 국내선 이러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의 활동에서 위험관리는 필수다. 브로커의 역할이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브로커는 보험사와 독립적으로 소비자 편에서 소비자보호와 위험관리 기능을 하는 유일한 모집조직이다. 상법상 보험모집종사자에 법적 지위를 마련해야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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