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문 수익 비중 수년째 제자리걸음
바톤 이어받은 윤종원 신임 행장 부담↑

서울 중구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영업본점.
서울 중구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영업본점.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저금리 기조 장기화, 고강도 대출 규제,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처한 IBK기업은행이 위기 극복을 위해 ‘약점’으로 꼽히는 해외사업 재정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핵심 목표 중 하나로 해외사업의 수익 비중 확대를 위한 ‘IBK아시아금융벨트’ 구축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여타 시중은행과 비교해 다소 밀리는 기업은행의 현재 글로벌 네트워크를 국책은행만의 특성을 살린 IBK아시아금융벨트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창사 이래 첫 해외 인수합병(M&A)을 성사하며 IBK인도네시아를 출범, IBK아시아금융벨트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끼웠다. 인도네시아 법인을 시작으로 올해 역시 동남아 네트워크 확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다음 IBK아시아금융벨트의 주요 거점으로는 많은 은행이 눈독 들이고 있는 베트남, 미얀마 등과 아세안 최대 핀테크 시장로 부상한 싱가포르가 물망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지난 1994년 싱가포르에 다섯 번째 해외 영업점을 개소했다가 1998년 IMF 외환위기로 5년 만에 문을 닫은 바 있으나, 폭넓은 동남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철수 이력이 있는 지역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첫 해외 출범 사업장인 인도네시아 역시 지난 1996년 사무소 형태로 진출했다가 IMF 직후 철수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빠져나왔던 러시아 시장에도 지난 2018년 ‘북방경제’ 교두보로 불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며 6년 만에 재입성했다.

은행권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해외 부문 수익 비중 확대는 기업은행의 숙원이자, 미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기업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확장은 김도진 전 은행장의 취임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촉진됐다.

김 전 은행장은 지난 2016년 12월 말 취임사에서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수익구조를 바꾸겠다”며 “오는 2025년까지 20개국에 165개 네트워크를 확보해 해외부문 수익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은행장 취임 당시 10%에 머물렀던 기업은행의 해외부문 수익 비중은 3년여가 지나 김 전 은행장이 퇴임한 현재까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지부진한 상황 속 김 전 은행장의 퇴임으로 IBK아시아금융벨트의 바톤은 3일 취임한 윤종원 신임 행장에게로 넘겨졌다.

윤 신임 행장은 금융시장 관리, 통화정책, 금융규범 국제협의, 중소기업 지원, 등 금융과 중소기업 분야에 풍부한 정책 경험이 있고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으로 글로벌 감각까지 갖춘 뛰어난 경제·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다만 은행업을 처음 접한 외부 인사다 보니, 내부 사정에 어두워 취임 초반 실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해외 M&A에서도 성과를 거둬 내부 사기가 높았는데 갑작스러운 외부 인사 행장 선임에 당황스럽다”며 “기업은행의 성장을 위해선 전문성 있는 내부 출신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며 기업은행 직원들 대다수가 이에 동의하고 있다. 윤 신임 행장의 임명 강행 시 출근 저지 투쟁 및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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