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금융사기 잡고 보험금 지급해 비용↓·정확도↑
금융당국, 레그테크 활용 권장…‘미래형 금융 대비’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금융사들이 규제 대응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폭이 넓어지면서 금융권 ‘레그테크(Regtech)’ 시장의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레그테크는 레귤레이션(규제)과 테크놀로지(기술)의 합성어로, 기존에 존재하던 규제에 신기술을 활용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사들의 레그테크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부터 금융감독의 디지털화를 강조해왔으며,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레그테크와 섭테크를 통한 대비를 제시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오픈뱅킹으로 촉진될 금융의 플랫폼화 등 미래형 금융의 모습과 이에 대한 감독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라며 "변화 추세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섭테크(SupTech)’를 활성화하고 ‘레그테크(RegTech)’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엔 AI에 기반한 레그테크(Regtech) 활용이 국내 은행권과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가장 대표적인 규제대응 과제인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고도화를 넘어 AI를 활용한 다양한 레그테크 활용 사업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AI 기반 위협탐지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으며, 현재 데이터 분석역량 확보와 기술 습득 등 고도화를 위해 레그테크 기업 씨티아이랩과 손을 잡았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 아마존과 함께 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개발에 협업해 이를 IT·보안, 핀테크 기업 등에 공유하고 있으며, IBK기업은행은 보이스피싱 방지 AI 앱 ‘IBK피싱스톱’을 운영 중이다.

보험업권엔 AI를 활용한 계약 심사는 물론 보험사기 예측 등으로 갈수록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ABL생명은 지난 11월 말 자사 보험사기 예측시스템에 머닝러신 기법의 AI 기능을 도입했다. 계약 후 사고 경과기간, 납입횟수, 청구금액, 특약 가입비율 등 보험사기와 관련 있는 800여개 변수를 발굴해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10월 자연어처리(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 기반 AI 언더라이팅 시스템 '바로(BARO)'를 도입했다. 보험계약 청약이 들어오면 AI 언더라이터가 청약서를 분석해 자동으로 판단한다. 삼성화재도 지난 9월부터 장기인보험에 AI 계약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KB손해보험도 머신러닝 모델을 장기보상 보험금 지급과 전산자동심사 등에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에 레그테크가 날로 발전하는 이유는 금융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지능화한 금융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금융사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 불공정 거래 감시, 금융사기 방지 등을 위한 데이터 분석에 많은 자원이 투입되면서 금융사는 가성비와 정확도 측면에서 레그테크에 접근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금융서비스, 오픈뱅킹 시행 등으로 기존 금융권에도 혁신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금감원에서 적극적으로 레그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IT 규제대응 방식은 날로 고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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