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옥죄는 규제 대책으로 중기금융 확대 부상
사업 운영, 가업 승계 등 실질적 고민 컨설팅에 초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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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악화한 영업환경 속 지속적 성장을 위한 승부처로 떠오른 중소기업 부문의 금융 수요 발굴을 위해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중소기업 운영·시설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가업승계 관련 컨설팅, 자금운용 자문 등 실질적인 중소기업 금융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에 의한 대출 규제 강화 방침 영향으로 올해 국내은행 대출 증가율의 성장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은행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6.1%, 지난해 말 5% 중후반에서 소폭 하락한 수치다.

가계대출 외 부문에서 자산을 성장시켜야 하는 은행들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정부의 혁신금융, 포용금융 확대 기조와 맞물리는 ‘중소기업 금융(이하 중기금융)’을 주목하고 있다.

즉각적인 수익 창출에 직결되는 중기대출 상품에만 국한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과 상품을 선보이며 직접 우량 중소기업 고객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먼저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출시한 중소기업 전용 디지털 경영지원 플랫폼 ‘박스(BOX)’로 중기금융의 리딩뱅크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BOX는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중소기업에 필요한 정책자금 맞춤 추천, 비대면 대출 지원, 생산자네트워크 지원, 기업 부동산 매매 중개, 해외 바이어 매칭 등 총 12개 분야의 금융‧비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해 중소기업들이 경영 문제점을 해결하고 박스 회원 간 거래·협업을 진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취지다.

기업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기업도 이용할 수 있는 박스는 출시와 동시에 중소기업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16일 기준 BOX 가입 회원수는 2만8414명에 달한다.

중기금융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KB국민은행 역시 중기금융 콘텐츠 확대에 애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중기대출 잔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 고민 해결을 위해 은행권 최초로 ‘KB가업승계신탁’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한 주식을 은행에 신탁하고 사후에는 미리 지정한 승계자에게 상속하는 상품이다. 별도의 유언 없이 신탁계약에 따라 원활한 기업 승계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중소기업 CEO 및 후계자 50여명을 초청해 ‘KB 우수기업 초청 가업승계 세미나’도 개최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중기금융 영역 확대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와 손잡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전자부품연구원(KETI), 하나벤처스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지원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 발굴 ▲우대 금융 및 컨설팅 서비스 제공 ▲자본투자 등에서 산-연-금 협력의 성공 모델을 도출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27일 기술보증기금, 코스콤과 업무협약을 맺고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을 통한 ▲플랫폼 등록 기업에 기술평가정보와 지식재산 금융서비스 제공 ▲비상장 기업 플랫폼 참여 유인을 위한 공동 노력 ▲플랫폼 등록 비상장기업 혁신 성장지원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성장전략으로 중기금융을 주목하면서 해당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출상품 외 실질적인 중기금융 상품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기업고객 유치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사업운영 컨설팅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으나, 개인 고객 못지않게 기업고객들의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별로 해외은행 사례를 벤치마크 한 중기금융 디지털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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