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도 고위험자면 간호사 파견해 건강진단
중소 손보사 이어 대형사도 심사 강화 추세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에 새로 가입하려는 20대, 30대에게도 간호사를 파견해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등 가입문턱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정부가 팔수록 적자인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통제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와 NH농협손보는 지난해부터 각각 21세, 30세 이상의 고위험자가 단독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면 방문 진단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한화손보도 최근 방문 진단 실시 기준을 20세로 낮추는 등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방문진단의 기준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도 고위험자라면 언제든 방문 진단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순 병력고지로만 단독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한 보험사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정도로 알려졌다.

방문 진단이란 보험사가 보험금이 많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험자에게 실시하는 가입심사다. 청약단계에서 질병이력 등을 고지하면 보험사의 판단에 따라 간호사 등을 파견해 혈압과 혈액, 소변 등의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심사한다.

방문 진단은 고연령층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20세, 30세에게도 방문 진단을 요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건강한 사람도 약간의 병력만 있다면 꼼꼼히 심사해 걸러내겠단 의도다. 

번거로운 절차를 추가해 병력 고지만 심사하는 타 보험사로 가입자를 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단순한 이유로 거절할 수는 없다”라며 “굳이 비용을 들여서라도 건강상태를 직접 진단, 실손보험 가입 거절을 위한 이유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연령자의 단독 실손보험 가입도 어려워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주 중 방문 진단을 필수로 받아야 할 연령대를 66세 이상에서 61세 이상으로 낮출 예정이다. DB손보도 최근 같은 내용의 인수심사 강화를 결정했다. 

이렇듯 실손보험의 심사기준이 강화된 이유는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률을 통제한 탓이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당국은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올릴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줬다.

손해율이 매우 높은 구실손(2009년 10월 이전 가입자)이나 표준화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가입자)은 9%대 인상, 손해율이 비교적 낮은 신실손(2017년 4월 이후 가입자)은 9%대 인하 등 일괄적인 가격통제를 한 것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필요성이 분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신규 가입자들을 타이트하게 가려내는 수밖에 없다”라며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