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들 직접 나서 '디지털 전환' 신사업 모색
IT기업과 경쟁 불가피…AI·5G 등 기술 트렌드 익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올해도 금융권의 발길이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과 모바일 전시회 'MWC 2020'으로 향하고 있다. 모든 금융사가 핵심 화두로 디지털 전환을 내세운 가운데 신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기술 기업 파트너를 물색하기 위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NH농협금융그룹과 기업은행 등 금융권은 저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 실무진을 중심으로 참관단을 꾸려 참석했다.

CES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매년 1월 주최하는 IT·가전전시회다. 오는 11일까지(현지 기준) 열리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일상 속 인공지능(AI in everyday life)’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기반 AI 실생활에 접목한 제품·서비스가 중점 전시됐다.

몇 년 전만 해도 금융권이 CES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최근 IT기업이 금융업에 뛰어드는 등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하며 보편적인 일로 자리 잡고 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윤종규 회장이 직접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CES를 직접 찾은 것은 윤 회장이 처음이다.

윤 회장은 KB국민은행 IT그룹, KB국민카드, KB인베스트먼트, KB경영연구소 등에서 본부장급 임직원 20여명과 AI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고 활용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을 출시한 이후 5G를 토대로 하는 다양한 융복합 기술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에선 조영서 신한DS 부사장과 한상욱 오렌지라이프 상무 등 디지털부서 실무진들이,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기업은행도 디지털 관련 부서 실무진들이 참석했다.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은 다음 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0’까지 이어진다.

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은 MWC 2020에도 탐방단을 꾸려 참석할 계획이다. MWC는 전통적인 모바일 기기 전시를 넘어 '지능형 연결성'(Intelligent Connectivity)'을 구현할 5세대 이동통신(5G)과 사물인터넷(IoT), AI, 빅데이터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금융권의 발길이 글로벌 IT행사장으로 닫고 있는 이유는 IT기업들과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본격화로 새로운 경쟁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라며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 선도 '리더'가 될 수도 있고, 경쟁자에 뒤처진 팔로워로 남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스타벅스는 암호화폐 거래소 파트너로 참가하는 등 이제 단순한 커피회사가 아니라 '규제받지 않는 은행'으로 기술의 발달이 업권의 경계를 현격히 무너뜨리고 있다"며 "그룹의 사업모델,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카카오, 네이버 국내 IT기업들까지 기술력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및 송금, 자산관리, 인터넷은행 설립 등 금융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올해 미래에셋그룹으로 약 8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네이버파이낸셜의 본격적인 사업확장도 시작되며, 최근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도 내년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IT를 다른 산업으로 보지 않고 금융에 선제 접목·응용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금융권에 AI, 블록체인 등 신기술 자체 스터디, 외부 강연자 초청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공부는 이제 필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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