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활성화로 핵심예금 유보율 확대 필요성 대두
KPI 활용 영업환경 조성보단 상품 경쟁력 강화 집중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권이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핵심예금(수시입출금식 저원가성 예금)’의 유보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전략 강구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핀테크(IT+금융) 활성화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로 핵심예금을 ‘유지’하는 것이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면서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8개 예금은행의 핵심예금(기관예금 포함)은 지난 2007년 160조8000억원에서 2018년 8월말 현재 432조5000억원으로 10여 년간 연평균 9.4% 증가하며 총예금 연평균 성장률(8%)보다 다소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핵심예금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자가 적어 원가 부담이 거의 없는 예금으로, 자금의 중개역할을 주업으로 하는 은행들이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성과지표 중 하나다.

은행들은 특히 저금리 장기화 기조에 핵심예금을 통한 교차판매, 격차판매 등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며 핵심예금 유치에 열을 올려왔다.

그러다 최근 오픈뱅킹, 마이데이터산업 등의 도입으로 개별 은행이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고객 정보가 표준화되고 개방돼 본격적인 은행권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확보한 핵심예금을 지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핵심예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핵심예금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 동 계좌의 잔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금융환경 변화로 핵심예금의 총 잔고 보다 유지율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는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 능력에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현재 핵심예금이 40조원을 넘는 은행 중에서 기업은행의 유보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의 유보율은 40% 초반이었고, 하나은행의 유보율은 30%대였다.

KIP는 핵심예금 유보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 ‘핵심예금 유치 규모’뿐만 아니라 ‘핵심예금 유지비율’ 항목을 신설하거나 배점 확대를 제시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처럼 예금 고객을 자본시장상품 구매자로 둔갑시켜 관계금융을 약화시키기보다 예대율규제 등 환경변화에 대응해 핵심예금 고객 확보를 지금보다 중요한 KPI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과도한 프로모션에 따른 일회성 예금 확대 전략보다는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자금의 그룹 내 이탈을 최소화할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권은 KPI에 핵심예금 항목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이 영업점 직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핵심예금 유지 및 유보율 확대를 위해 KPI 점수를 후하게 줄 수는 있으나, 영업방식을 조이는 게 영업환경을 좋게 만들진 않는다”며 “핵심예금 유지를 위해선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상품 자체의 혜택을 강화해 여러 상품 가입을 유도, 주거래화 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현재 모든 제도 및 프로세스를 ‘고객 지향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또 오픈뱅킹 및 계좌이동서비스를 활용해 주거래은행에 대한 고객의 금융자산 집중을 유도하고, 다양한 연계계좌상품, 대기업 월급계좌 제휴 확대 등으로 고객들이 결제계좌에 일정 수준의 잔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핵심예금 유치를 통한 저비용의 자금 조달은 은행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만들고 대출 여력을 확대한다”며 “금융환경 변화로 더욱 치열해진 핵심예금 유치 경쟁에서 은행들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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