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수익 포트폴리오 중 농협은행 비중 상승세 지속
김광수 회장 "올해 비은행 부문 강화 집중 추진할 것"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농협금융그룹의 은행 수익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녹록지 않은 은행 산업 영업환경으로 은행의 수익 포트폴리오는 이미 한계치에 도달, 향후 금융지주의 실적 격차를 비은행 부문의 이익기여도가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농협금융의 성장동력엔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전년(1조771억원) 대비 29.4% 증가한 1조3937억원을 기록하며 지주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순이익이 1조19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6% 증가한 수치다.

NH농협은행의 대출, 채권 등 이자부 자산이 지난해 초부터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개선된 만큼 농협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행진은 연간 당기순이익까지 무던히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 농협금융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그룹의 실적 상승을 견인하며 독주하는 사이 다른 계열사들은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룹 내 서열 2위 격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동기(3505억원) 보다 2.5% 상승한 3591억원을 벌었으며, 농협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416억원)보다 3% 떨어진 402억원을 기록했다.

NH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268억원) 대비 7.8% 하락한 247억원을 거뒀다. 농협손해보험은 당기순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억원) 보다 42%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부진한 성적의 기저효과라는 평가다.

특히 보험 자회사들은 지난해 4분기에도 혹독한 시련을 겪어 만족스럽지 못한 연간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농협생명은 해외 환투자 부분에서 환차손 발생에, 농협손보는 가축재해보험과 풍수해보험의 손해율에 오랜시간 발목이 잡혀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수익 포트폴리오는 농협은행이 절대적으로 하드캐리한다”며 “은행이 매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덕도 있긴하나, 다른 자회사들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상반기 수익 산출내역을 살펴보면, 내부거래 제거 등 연결조정 전 당기손익은 총 1조341억원으로 이중 농협은행(8456억원)의 비중이 81%대에 달한다. 이후 NH투자증권이 12.41%(1286억원), 캐피탈 2.6%(277억원), 농협생명 1.1%(121억원), 농협손보 0.57%(59억원) 순이다.

단, 자회사별 지분율을 반영하지 않을 시 농협금융의 지난해 상반기 손익은 1조1867억원이며 이중 NH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2785억원) 수준까지 올라간다. 농협금융이 지분 100%를 보유한 다른 자회사와 달리 NH투자증권의 농협금융 지분율은 46.17%에 그친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은행 의존 리스크를 감지하고, 퇴보하지 않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 태세를 취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내년도 중점 추진 사항으로 그룹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꼽았다.

김 회장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며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이자이익사업과 비은행부문 계열사의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영역별 특성에 맞춰 캐피탈, 저축은행은 자산이익률 중심의 사업전략을, 보험은 장기가치 전략에 집중할 것이며 증권, 자산운용, 리츠운용, 벤처투자는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평가체계를 개선해 실행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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