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혁신금융 정책 '오픈뱅킹'이 상반기 중 은행 영업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은행끼리 점포를 공유한다는 거다. 고객들은 A은행 지점에서 B, C은행 계좌를 확인하고 금융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대면 채널인 영업점까지 오픈뱅킹 채널 확대를 꾀하려는 당국의 명목은 금융 소외지역 주민과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다.

하지만 당국의 정책방향에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은행들 중 몇몇은 아직도 불만을 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은행은 금융사고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 직원이 수월하게 고객의 금융업무를 돕도록 오픈뱅킹 시스템은 지점 업무용PC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이 직원 업무용PC에 도입됐다고 가정해보자. 직원은 지점 방문 고객의 동의를 받고 업무 PC화면에 고객의 전 계좌를 띄울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이체, 잔액조회 등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지원하거나 고객이 먼저 원하지 않아도 자사 상품을 권유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은 현재 모바일뱅킹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오픈뱅킹 전용상품’을 통해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A은행밖에 없는 외곽지역 거주 고객은 A은행서 B, C은행 계좌로 기본적인 금융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당국은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한다는 명분을 챙기고 실제 이들에게 안정적인 금융편의를 지원했다는 정책 성과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부작용 방지책’ 없이 당국의 뜻대로 될까.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은행에선 고객 돈 횡령 등 23억원 규모의 금융사기가 11일에 한번 꼴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김병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 ‘최근 5년간 각 은행의 유형별 금융사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서 말하는 금융사고는 금융기관 임직원이나 그 외의 자가 위법·부당행위를 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를 의미한다.

영업점에서 고객이 최초의 오픈뱅킹 약관 동의만 거치면 이 같은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오픈뱅킹 영업점 적용이 가져올 긍정적 기능은 분명 있다. 다만 금융사기 등 부작용 요소를 100% 방지할 대비책이 있지 않는 이상 당국의 정책방향은 명분도 실리도 잃는다.

지점에서 타 은행 계좌에 여유자금이 넘쳐나는 고령층 고객을 만났을 때, 과연 영업점 직원들은 적법하게 응대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지 못해 금융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이는 해당 은행의 잘못이지 당국의 잘못은 없다.

당국은 최근 오픈뱅킹 고도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오픈뱅킹의 영업점 적용 시 발생할 문제들을 짚어보고, 안전장치 마련에 대해 은행들과 협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이 말하는 안전장치는 무엇일까. 법적 구속을 하지 않는 이상 행정지침, 즉 준수사항에만 그친다.

당국은 디지털 소외 문제 해소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내놓지 않고 은행을 이용해 본인들의 정책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건 아닐지 또 여태 은행에서 정보 악용, 불완전판매 등이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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