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정부는 금융기관 손 비틀기 방식의 서민금융 지원이 아니라 금융주치의 양성 등 상담기능에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사진>의 말이다. 공직에서 20여년간 서민금융 분야 업무를 도맡아온 그는 금융감독원 재직 당시 ‘비제도금융’이란 용어를 ‘서민금융’으로 바꾼 장본인이기도 하다.

조 원장은 “공직 시절 은행권은 금융연구원, 보험권은 보험연구원, 투자업권은 자본시장연구원 등 금융권에는 업권별로 특화된 연구기관이 있는데 정작 중요한 서민금융 분야에는 연구기관이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2016년 금감원 퇴임 직후 서민금융 분야에 특화된 연구기관을 준비해온 그는 20여명의 전문가와 함께 이듬해 서민금융연구원을 설립하게 됐다. 2018년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으며 개인회원 150여명과 은행, 저축은행, P2P업체, 대부업체, 신용정보회사, 시민사회단체 등 법인회원 40개사를 보유한 오늘에 이르렀다. 개인회원은 주로 금융기관이나 금융유관기관 오너와 대표, 전‧현직 임직원들로 구성됐다는 설명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매년 2~3회 포럼과 수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서민금융 환경변화에 주목하고 서민금융정책에 관한 고민을 함께한다.

특히 연구원의 아이덴티티는 학술적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인 대안을 개발·구현하는 데 있다. 가정경제주치의가 그 예다. 연구원은 매해 20~30여명의 가정경제주치의를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개개인의 금융문제 해결에서 더 나아가 심리상담을 병행하고 가정의 회복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가정경제주치의로 명명했다.

현재 55명의 가정경제주치의들은 지자체 등의 상담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매주 목요일 무료상담도 병행한다. 최근 상담플랫폼 개발을 마무리해 올해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조 원장은 “돈을 빌려줘서 재기가 가능한 이는 가급적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빨리 빚을 정리하도록 신용회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 개인별 맞춤 상담역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된 상담은 신용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의 신용상담기구인 NFCC(The National Foundation for Credit Counseling)와 같은 상담기구를 만들어 금융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무의 늪에 빠지기 전에 국제공인재무상담사(CFP) 등을 통한 사전적 재무상담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 밖에도 서민금융연구원은 매해 1회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금융이용상황과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공급상황을 설문조사한 분석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달 말에도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조 원장은 이를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여러 기관의 협조를 구했다. 이에 NICE평가정보·코리아크레딧뷰로(KCB)·SCI평가정보 등 신용정보기관, 신용회복위원회·서민금융진흥원·미소금융재단 등 정책금융상품 담당기관, 사회연대은행 등 서민금융 관련 대안금융기관과 핀테크업체, P2P업체 등 20여개 기관이 참여했고 지난번 조사 때보다 5배가 넘는 2만2000여건의 설문을 수집할 수 있었다.

조 원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 신념이다. 구체적인 목소리를 듣고서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어서다. 진단이 잘못되면 당연히 처방 또한 효과가 없기 마련”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의 분석결과 마지막 급전수요 공급처인 대부업체에서 조차 대출이 거절된 연간 수십만명의 서민이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실제 대부업체의 대출승인율은 10%대 초반이고 나머지 90% 중 16% 정도가 불법사채를 이용했다.

이와 관련해 조 원장은 “금융권 밖에서 사채에 시달리는 채무자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법정 최고이자율을 낮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의 ‘민생경제침해사범 특별대책’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채무자가 빚으로 고통 받는데 금융기관의 부실한 평가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채무자를 살리는데 금융기관도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 부실고객이 회생하면 미래 고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조 원장은 “‘서민금융지원=금융사의 건전성 악화’라는 잘못된 인식 탓에 오너의 특별한 철학이 없는 금융기관들은 선뜻 나서지 못해 안타깝다. 앞으로도 묵묵히 좋은 성과물을 만들어 서민금융사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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